총수 일가, 주식 1주 없는 계열사 72% 순환출자로 장악

2012.07.01 22:12 입력 2012.07.01 23:33 수정

10대 재벌, 지분율 0.9%로 그룹 전체 지배

금융·보험사 확장 계열사 출자도 32% 늘어

공정위가 1일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면 1993년 3.5%였던 총수의 지분율은 올해 처음으로 1% 미만(0.94%)으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계열회사 지분은 34.9%에서 52.77%로 증가해 내부지분율은 더욱 높아졌다.

기업 규모 확대로 총수 일가 지분이 자연스럽게 감소한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재벌 총수들이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 간 출자를 통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한국의 10대 재벌총수들은 0.94%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43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지분 ‘0’의 계열회사도 1139개나 된다. 순환출자를 통한 높은 내부지분율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최태원 SK그룹, 구본무 LG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허창수 GS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의 10대 재벌총수들은 0.94%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43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지분 ‘0’의 계열회사도 1139개나 된다. 순환출자를 통한 높은 내부지분율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최태원 SK그룹, 구본무 LG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허창수 GS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삼성·SK 총수 지분 1% 미만

대표적인 예가 삼성그룹이다. 그룹 전체에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은 0.95%에 불과하다. 전년도에 비해 0.04%포인트 줄었지만 삼성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41.97%에서 올해 58.75%로 높아졌다. 최근 삼성전자는 100% 출자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설립했고 자회사인 에스엘시디의 지분을 100% 매입했다. 이 회장은 이들 회사 보유지분이 0%이지만 삼성전자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은 이보다 더 낮은 0.60%이다. 최 회장 단독지분은 0.04%밖에 안된다. 그러나 SK의 내부지분율은 48.8%에 이르고 실질적인 기업의 지배권은 최 회장에게 있다.

이처럼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흐름이 동그랗게 연결되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내부지분율이 높아지면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는 작은 지분으로 경영능력이 없는 2세, 3세에게 그룹을 세습하고, 부실한 계열사에 부당지원하거나 공정한 경쟁 없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불합리한 경영적 결정을 안심하고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면서 “결국 지배주주에게 부당한 특권을 제공하는 왜곡된 자본주의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호출자를 법으로 금지한 것처럼 순환출자 역시 직접 금지 또는 제한하는 법을 입법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내부지분율이 높아지면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의 등을 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면서 “앞선 총선에서 야권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낸 만큼 새누리당에서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총수 일가, 주식 1주 없는 계열사 72% 순환출자로 장악

■ 금융·보험사 무차별 확장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집단 중 29개 집단에서 139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8개 집단 60개 금융·보험사는 149개 계열회사(금융 96개·비금융 53개)에 출자했다.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 출자금(액면가 기준)은 4조820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7%(1조1883억원) 증가했다.

현 정부가 금융·산업분리 완화를 명분으로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30일 은행법, 같은 해 7월22일 금융지주회사법이 각각 새누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됐다.

삼성그룹은 지난 4월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카드 지분 8.64%를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삼성생명(6.49%)과 삼성화재(1.09%)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4.65%를 갖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금산분리를 다시 강화하기로 하고 관련법 개정에 나선 상태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사 주식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의 은행법과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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