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

중공업·건설·자동차 산업은 더 열악… 여성관리자 대부분 0%대

2013.06.06 06:00
특별취재팀

‘남성적 문화’ 현대차그룹 계열, 여성 채용·승진 저조

한국 산업계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두드러지게 적은 곳은 자동차·철강·조선·건설 같은 이른바 굴뚝산업이다. 관련 기업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덥고 추운 곳에서 일하고 철야 야근까지 하는 곳이어서 예전부터 여성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여성 일자리 특별취재팀이 5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시행계획서 제출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직원 1500명 이상인 중공업, 건설업체의 여성 채용비율은 대체로 한 자릿수를 맴돌았고, 여성관리자는 대부분 0%대였다. 특히 남성적인 기업문화의 대명사 격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성적표가 눈에 띄게 저조했다. 변속기 전문업체인 현대파워텍은 직원 1537명 중 여성이 14명뿐(0.91%)이고 관리자 136명 중 여성은 없었다. 기아차는 여성 비중이 2.6%이고, 여성관리자가 2명(0.3%)뿐이었다.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여직원이 102명(2.7%)이며 전체 관리자 150명 중 여성은 없었다. 현대모비스도 여직원이 9.05%이지만 관리자 352명 중 여성은 제외됐다.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직원 8704명 중 여성이 265명(3.04%)이지만 역시 여성관리자는 아직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중공업·건설·자동차 산업은 더 열악… 여성관리자 대부분 0%대

건설도 여성이 적은 업종이다. 롯데건설은 여직원이 57명(2.71%)뿐이고 관리자 281명 중 여성은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이자 현대건설에서 같이 근무한 김태원 대표의 태아건설도 여직원 76명(4.83%) 중 여성관리자는 없다고 신고했다.

같은 중공업종에서도 차이가 난다. 현대중공업은 여직원이 1366명(5.43%)이고 여성관리자가 9명있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은 여직원 96명(2.23%)에 여성관리자는 없었다. 정부가 주인인 대우조선해양은 관리자 333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 두산중공업은 고용노동부에 여직원이 195명(2.96%)이고 여성관리자는 없다고 신고했다. 두산 측은 “당시 담당 직원이 기준을 잘못 알아서 정규직만 산정한 것이며 계약직을 포함하면 여성이 511명으로 6.45%를 차지한다”고 해명했다. 두산 관계자는 “입사자 80% 이상이 엔지니어인데 공대 출신 여성이 적다 보니 입사율이 낮았고 관리자 승진 기회도 적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요 부서가 공대 출신들 위주여서 아무래도 여성들이 적었다”며 “지금은 재정, 기획, 법무 같은 경영 지원부서는 물론 설계, 영업, 정보기술(IT)에도 고급 여성인력이 늘어나 앞으로 관리자도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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