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기업 남녀 임금차, 10년간 개선 안됐다

2013.06.06 06:00 입력 2013.06.06 13:39 수정
특별취재팀

남성이 여성의 1.7배 받아

여성 70% 월 200만원 이하… 출산·육아로 근속·승진 밀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20대 기업들의 남녀 임금차이가 지난 1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 역시 여성은 남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기업들의 여성 배려 정책은 크게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여성일자리 특별취재팀이 5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2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비교분석한 결과 2012년 현재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 약 1.7배 급여를 받았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의 1.66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남녀 직원의 처우 차이는 좁혀진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2012년 현재 20개사 중 남녀 구분을 하지 않은 LG전자를 제외한 19개사의 남녀 평균 연봉은 각각 7689만원, 4516만원이었다. 남녀 간 격차는 3173만원으로 1.7배였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 20대 기업 남녀 임금차, 10년간 개선 안됐다

10년 전인 2002년에는 17개사(남녀 구분을 하지 않은 LG전자, LG화학, 현대건설 제외)의 남녀 평균연봉은 4948만원, 2984만원으로 1.66배였다. 지난해는 임직원 중 여성 숫자가 더 많은 롯데쇼핑, 신세계는 남녀 급여차가 오히려 2.4배, 2.3배로 훨씬 컸다. 현대상선도 2.3배, 현대건설도 2.2배, 아시아나항공도 2배나 됐다. 남녀 급여차가 큰 것은 여성들의 일자리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녀 간 급여차이 액수가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으로, 4800만원(1.9배)에 달했다. 이어 GS칼텍스 4732만원(1.8배), 아시아나의 항공운송 부문 4600만원, 롯데쇼핑 4405만원 순서였다.

근속연수는 2012년 현재 남성 13.4년, 여성 8.8년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6배 많았다. 2002년에는 남성 10.9년, 여성 6.9년으로 1.5배 차이였다. 전체적으로 10년 전에 비해 남녀 모두 근속연수는 늘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남성(1만1473명)의 근속연수가 20.4년이나 되는 반면 여성(1만220명)은 11.5년이었고, 임금차이도 남성(1억원)에 비해 여성은 거의 절반인 5200만원에 그쳤다. 삼성생명보험도 지난해 남성은 6000만원을 번 데 비해 여성은 3600만원이었다.

롯데쇼핑은 근속연수는 남성(2097명)이 9.5년, 여성(3517명)은 8.1년으로 엇비슷하지만, 급여차는 10년 전 1.5배에서 2.4배로 되레 크게 늘었다. 대한항공과 국민은행은 10년 전 각각 1.5배, 1.7배에서 지난해 각각 1.9배로 남녀차가 더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송 부문의 남성이 평균 8065만원을, 여성은 4189만원으로 절반 수준이었고 아시아나항공도 남성(9000만원)이 여성(4400만원)을 압도했다. 이는 10년 전 남성(5610만원), 여성(2620만원) 차이를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남녀 급여차이는 SK(주)시절인 2002년의 2.4배에서 2012년 1.8배로 줄었다. 한화(주)도 2002년 2.5배이던 남녀 급여차이가 지난해 1.8배로 낮아졌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남녀 근속연수가 각 9.8년, 7년이고 평균급여액은 남성(7990만원)이 여성(4400만원)보다 44.9%나 많았다. 1.5배이던 남녀 급여차이는 10년 만에 오히려 1.8배로 늘어났다.

통신 공기업이던 전통 때문인지 KT는 근속연수가 압도적으로 길다. 10년 전 남자와 여자가 각각 16.7년, 14.4년에서 지난해에는 19.8년, 18.3년으로 늘었다. 남녀 임금차이도 크지 않은 편으로 2002년 각각 5153만원, 4291만원이던 연평균 급여액이 지난해 남성 6300만원, 여성 55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은 10년 전 연평균 5185만원을 받던 남성이 1억299만5000원으로 거의 배로 늘었다. 여성은 10년 사이 3659만원에서 7358만3000원으로 101.1% 증가해 남녀 직원 4074명이 평균 9881만5000원을 기록했다. 남녀 임금 격차 비율은 10년 전과 엇비슷하지만 절대액수는 1526만원에서 2941만원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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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대다수인 중공업체의 여성도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빴다. 10년 전 포스코의 남성(3793만원, 17.1년), 여성(3200만원, 10.7년) 차이가 지난해는 더 커져 남성은 8000만원, 18.4년이고 여성은 5400만원, 8.5년이었다.

현대건설 건축 부문의 경우 지난해 남성이 평균 7800만원을 받았지만 여성은 42.3%나 낮은 4500만원이 평균 급여였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남성은 7400만원을 받고 평균 15.7년을 근무했지만 여성은 40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8.3년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앞서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주요 30대 기업의 지난해 말 건강보험 가입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보다 크게 낮았다.(경향신문 4월1일자 1면 보도)

월급여 200만원 미만 그룹은 여성이 70%에 달한 반면 350만원 이상 받은 여성은 16.5%뿐이었다. 350만원 이상 여성 월급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2.4%인 한국지엠이었다. 이어 포스코(2.9%), 현대오일뱅크(4%), 현대중공업(4.1%), 현대차(4.2%) 등 순서였다. 이들 기업은 여직원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데다 부장 이상 관리직으로 승진한 여성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30대 기업의 월 150만~200만원 미만 직원의 69.5%와, 월 150만원 미만을 받는 직원의 71.7%도 여성이었다.

롯데쇼핑은 여성이 61.2%로 절반을 넘지만 200만~250만원 미만 월급자 중 여성이 88.2%, 월 150만~200만원 미만을 받는 여성 비율이 96.4%로 대비됐다. 여직원이 전체 직원의 42.6%인 신한은행도 월 200만~250만원 미만 직원 중 여성이 98.1%, 월 300만~350만원 미만을 받는 직원의 92.4%가 여성이었다.

김종숙 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대기업의 비정규직 채용이 2007년 이래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임금이 낮은 직종에 여성들이 몰려서 남녀 차이가 유지된 것 같다”며 “여성은 출산·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근속연수와 승진에서 밀린 탓이 크다”고 해석했다. 또 대기업 남성은 경력직으로 이동하며 몸값을 올리지만 여성은 상대적으로 그럴 기회가 적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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