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재정수지 ‘25조 차이’문제점 뭔가

2001.02.01 19:09

지난해 통합재정수지가 5조6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자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3년 연속 적자에서 대폭 흑자로 전환돼 건전 재정의 조기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부여했다.

그러나 정부가 편성한 당초 예산이 ‘18조9천억원의 적자’였다는 점에서 예상과 결과가 무려 25조원의 차이를 낸데 대해 “정부의 재정운용이 경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특별회계·공공기금 등으로 나뉘어 있는 나라의 재정활동을 한 눈에 보는 정부의 ‘종합가계부’다. 흑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거뒀다는 뜻이고 적자는 재정의 불건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균형 재정이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당초 2000년 예산을 짜면서 ▲일반회계 14조원 흑자 ▲특별회계 21조8천억원 적자 ▲공공기금 10조7천억원 적자 ▲세입세출외 4천억원 적자 등으로 18조9천억원의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잡았다. 그러나 실제 운용 결과는 24조5천억원의 엄청난 차이를 나타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기업실적호전·주식거래 증가 등으로 세수가 예산보다 13조여원이나 증가한 반면 지출은 8.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영 연구위원은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 기업이익 급증으로 법인세 등이 많이 걷힌데다 신용카드 사용 확산으로 세원 확보도 쉬웠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예산 편성시기인 1999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상황을 반영해 재정 수입 및 지출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정부는 경제 성장의 양(量)에만 신경쓰면서 늘어난 세금을 기술투자 지원 확대·국가채무 상환에 씀으로써 경제의 질(質)을 향상시키는 노력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해 2001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예산안의 전제인 성장률 등 경제전망이 예산안 제출 이전인 8~9월의 논의 결과로서 반도체가격 하락, 구조조정 불안 등 경제여건 변화가 제대로 반영돼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예산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