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직장, 막히면 돌아가라

2003.09.01 18:30

‘경력을 취업·이직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라’ 국내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구직자들에게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무작정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눈높이를 낮춰 입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전문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이를 징검다리 삼아 자신이 원하는 직장으로 옮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자칫 한두해 더 버티다가 취업연령을 넘기면 이도저도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체들이 이미 능력이 검증된데다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점차 신입사원 대신 경력직 위주로, 채용방식을 전환하는 추세여서 구직자들에게도 이에 맞는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경력직 채용은 시대흐름=삼성전자가 지난달 24일 마감한 생활가전 연구개발 및 마케팅 분야의 경력사원 모집에는 1,000명 가까운 인력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경력인원을 수시로 채용해 온 삼성전자는 “1회성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경력직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용정보업체인 리크루트(recruit.co.kr)가 최근 실시한 올 상반기 80개 기업(매출규모 순)의 채용실태 조사 결과도 경력직 채용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력사원 채용 비율이 30%선까지 이른 것이다. 건설·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에서는 신입보다 경력직을 많이 뽑는 ‘채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헤드헌팅 포털사이트 HRZone(www.hrzone.co.kr)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8명이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 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들의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해고요건 완화로 직장인들의 지위가 불안해진데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리크루트 이정주 사장은 “기업들이 정기공채를 미루거나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신입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경력사원을 뽑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공채 때 경력직 사원을 함께 선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떻게 경력 쌓나=직원을 뽑을 때 단골 면접 질문 중 하나는 그동안의 경험 및 경력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를 떠나 당장 입사한다는 게 어려운 실정에서 경력을 쌓기도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럴 때 구직자들에게 준(準) 경력으로 인정되는 게 아르바이트 경험이다. 취업의 전 단계로 생각하고, 자신의 전공과 희망 분야에 맞춰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기술(IT)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프로그래밍이나 웹디자인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들보다 채용에서 실무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P&G·르노삼성차·듀폰·바이엘·켈로그·로레알코리아·월마트 등은 대졸 예정자나 구직자를 대상으로 ‘인턴제도’를 운영할 정도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면 이같은 인턴제를 적극 활용해 직무경험을 쌓고, 외국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경력을 쌓은 후에는 물론 직접 기업 문을 두드려야 하겠지만 헤드헌팅사를 활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믿을 만한 헤드헌팅업체 3~4곳을 정해 국·영문 이력서를 보낸 뒤 가끔 전화로 진행상황을 살펴야 한다. 하지만 경력 쌓기용이라고 원래 직장이나 아르바이트에서 “곧 옮길 테니까”라며 대충대충 하다가는 도리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해당자에 대해 이전 직장에서의 평가를 듣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이직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실력을 쌓지 못하면 이직도 못하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 역시 떨어지면서 본인은 물론 회사에도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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