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책, 12년 전 선진국보다 빠르게 국가계획 세웠지만 현장선 실천 안 돼

2023.06.25 21:23 입력 2023.06.26 01:13 수정

① 한국 사회 잘 적응하고 있나

중요도·취약 분야 다 다른데
중앙서 지자체로 내려만 보내
대부분 형식적 정책에 그쳐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엔
홍수 등 물 위기관리 태부족
주민·농어민 등 당사자 포함
이행점검 체계 마련해야

국내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정부는 법정계획인 제1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1~2015년)을 발표했다. 현재는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년)을 이행 중이다. 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도 국가적응대책에 기반해 지역 단위의 적응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립된 ‘계획만 보면’ 선진국보다 발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후변화 적응 실태에 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높지 않다. 대체로 “국가적응계획은 빠르게 수립됐지만 중앙이 지자체로 계획을 내려보내고만 있을 뿐, 실질적인 이행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환경부가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표한 ‘제3.5차 국가기후위기적응대책’도 여전히 ‘톱다운’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 중에도 국가적응계획에 따라 적응계획을 세운 곳이 많지만 기존 사업을 적응계획에 끼워맞춘 사례가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적응 분야 전문가인 고재경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빠르게 기후변화적응대책을 수립했던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하향식으로 하달하는 법정계획이 되다 보니 지자체들은 형식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마다 기후위기에 따른 중요도가 다르고, 취약한 분야도 다르지만 현재의 지자체 적응계획에선 우선순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19~2021년 펴낸 ‘기후변화 적응정책 10년-현주소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을 중심으로 1~3’ 보고서도 대부분 분야의 기후변화 적응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종합적으로 기후변화 적응 현황을 진단하고, 정량적인 평가를 시도한 것은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 적응 목표와 실제 이행 정도를 비교한 ‘적응 갭’을 산림·생태계, 농수산, 물관리, 건강, 국토·연안 등 5개 부문으로 평가한 결과가 담겼다. 먼저 산림·생태계 부문은 전체적으로 국제적 기준이나 적응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기후변화 적응정책 수행은 미흡했다.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농수산 부문 역시 대체로 적응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여건에 따른 세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물관리 부문에서는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위해) 저감 관련 정책이 부족했다. 특히 홍수, 가뭄, 녹조 발생 등에 적극적 대책이 없었다. 건강 부문에서는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2017년 이후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폭염 발생 빈도는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지자체 등의 경각심은 낮아진 셈이다. 국토·연안 부문 적응 갭은 연도별 자연재해 발생 빈도 및 강도에 따라 변화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가 발생하면 적응정책을 강화했다가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해는 다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연구원 연구진은 적응대책 개선방향으로 “과학적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평가해 실제 위해를 저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주민, 농어민 등 이해 당사자를 포함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이행점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지원

[1.5도 너머 기후위기적응을 말하다] 기후 정책, 12년 전 선진국보다 빠르게 국가계획 세웠지만 현장선 실천 안 돼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