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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기후위기랑 무슨 상관이야?

2023.01.28 08:00 입력 2023.01.28 09:29 수정

연세로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9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서울시의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 추진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연세로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9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서울시의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 추진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서울시가 “부득이하다”며 8년 만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요금을 300원~400원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던 시민 공청회는 관계기관 협의를 이유로 같은 달 10일로 연기됐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 요금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환경단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기후위기와 대중교통 요금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사실, 서울시의 ‘교통 정책’에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가 지난 20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는 ‘신촌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용 일시 정지 추진’ 계획 때도 환경단체는 반대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7일 “서울시의 보행 정책 후퇴이자 기후위기 대응 실패”라며 “10년 동안 운영됐던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임시 해제하며 차량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시민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파랑고래에서 지난 21일 반대측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시민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파랑고래에서 지난 21일 반대측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중교통 ‘수요 관리’와 온실가스 감축

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아직 나오지 않아, 2021년 10월 나온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보겠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2050년 승용차 통행량이 대중교통, 자전거, 킥보드 등의 이용 확대, 공유 차량 이용 확대 등으로 2018년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온실가스 주요 감축 수단은 수요 관리, 무공해차 보급 확대, 친환경 철도-해운-항공 전환으로 총 3가지가 나와 있습니다.

그 중 수요관리 강화 부분에는 ‘대중-공공교통 이용 활성화’가 들어가 있습니다. 대중교통 수단 간 연계를 더 강화하고, 교통수단 이용 시 10~20%를 할인하는 알뜰교통카드를 더 활성화하고, 주차 요금을 올리고 통행료를 인상하는 등 내연기관차 운행에 부담을 가중하는 방법도 포함됩니다.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의 수요를 늘리는 방향입니다.

다른 나라의 도시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영국 런던에서는 2041년까지 80%의 런던 시민들이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보행’이 우선시 되도록 거리 환경을 바꾸고, 도시 곳곳에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는 곳을 만들어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런던 도심에서는 ‘초저배출구역(Ultra Low Emmission Zone, ULEZ)’을 정해 이 구역 안에서 운전을 하려면 하루에 약 13파운드(약 1만9000원)를 내야 합니다. ULEZ는 올해 8월29일부터 런던 전역으로 확장됩니다.

미국 뉴욕도 2050년까지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률을 합쳐서 8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2014년에 세웠습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크게 늘려 온실가스를 줄여갈 계획입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 해제 안내 현수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한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다. 연세로는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달 20일부터 9월까지는 차량통행을 전면 허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 해제 안내 현수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한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다. 연세로는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달 20일부터 9월까지는 차량통행을 전면 허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해외 주요 도시 요금과 비교해도 싸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에서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서울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20~50% 수준으로 낮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27일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주최한 ‘서울시 교통 현안 연속토론회’에서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의 발표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외국의 대중교통 요금을 단순히 원화로 바꾸어 비교했고, 물가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런던, 뉴욕의 경우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50%, 8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은 127% 증가했습니다. 김 정책위원장은 서울은 1회권 중심의 요금 구조고, 런던과 뉴욕은 정기권이 있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수록 할인은 더 많아지는 점도 간과됐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급증한 가스 요금 때문에 놀란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독일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해 6~8월 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9유로 티켓’을 시행했습니다. 한 달에 9유로만 내면 버스, 열차 등 지역 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기권’ 사업입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경제 정보 센터에서 발행하는 저널 ‘Wirtschaftsdienst’에 기고된 논문 ‘9유로 티켓 : 경험, 행동 메커니즘 및 후속 제안’에는 독일에서 9유로 티켓을 시행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한 달에 30만~50만t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기후위기 시대에서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줄인 만큼 대중교통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데, 서울시 탄소중립계획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수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공공교통을 시민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값싼 정기권을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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