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광역지자체 탄녹위에 노동계 대표는 단 1명뿐

2024.01.11 20:37 입력 2024.01.14 19:16 수정

지역 탄녹위원 구성 보니

위기 영향 가장 큰 10대 ‘0’명
대부분 평균 연령 50세 넘어

탄소중립 이행 시 ‘실업 위기’
노동자 대표성도 확보 안 돼
정부 ‘노동 배제적 정책’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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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역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중 ‘노동자’ 대표성을 반영할 위원을 둔 곳은 1곳(1명)에 불과했다. 청년·청소년이 위원으로 아예 포함되지 않은 지역 탄녹위도 3곳이나 있었다. 노동자는 탄소중립 사회 이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청년·청소년은 기후위기 영향을 더 오래 받는 당사자다.

경향신문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을 통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탄녹위원 명단을 확보해 법이 의무 조항으로 정하고 있는 ‘대표성’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위원 위촉 시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다.

지역 탄녹위는 지자체가 탄소중립 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계획과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거버넌스’ 체계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광역지자체는 오는 4월까지 10년을 기간으로 하는 시도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공청회를 최근 진행했거나, 조만간 열 계획이다. 공청회 후 지역 탄녹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확정된다. 이 계획에는 지역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부문별·연도별 이행 대책과 각 지자체가 기후변화 위험에 얼마나 취약한지 평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

기후위기 타격 큰 당사자들이 빠졌다…형식부터 틀린 논의기구

각 지역 탄녹위는 인원부터 ‘천차만별’이다. 대구시는 시도지사와 실·국장 등이 포함되는 당연직, 전문가·노동·여성·농민·시민사회 등의 대표성을 반영한 민간위원과 시도의원 등이 포함되는 위촉직을 합쳐 위원이 15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전시도 19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서울시는 40명, 부산시는 50명에 달한다.

중앙 탄녹위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인원이 50~100명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지역 탄녹위는 각 지자체 조례에 위임했다. 부산은 조례에 ‘5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고 대구는 ‘20명 이내로 성별을 고려해 구성한다’고 정했다.

위원 나이를 공개한 지자체 중 위촉직 위원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북(56.8세)이었다. 대구는 전체 위원 연령이 평균 47세로 가장 낮았는데 위원 수는 15명뿐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위원 평균 연령은 50세를 넘는다.

20~30대 청년 위원이 아예 포함되지 않은 곳도 경북, 인천, 전남 등 3곳이나 됐다. 10대 청소년이 위원으로 위촉된 곳은 없었다. 강원, 광주, 대전, 부산, 세종, 전북, 제주, 충남, 충북 등 9곳은 20대 위원은 없고 30대 위원만 있었다.

현재 직무와 주요 경력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이 포함돼 노동계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위원은 17개 광역지자체를 통틀어 1명(한국노총 전남지역본부 사무처장)뿐이었다. 16개 광역지자체에서는 노동계 대표성이 배제된 셈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주요 개념 중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다수 있는 충남, 철강·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있는 울산·경남 등에서도 노동조합 위원은 배제돼 있다.

국가 단위 ‘2050 탄녹위’도 지난해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낼 때 노동자·청년의 대표성을 반영한 위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2050 탄녹위는 위원 추가 위촉은 하지 않고 ‘이행점검단’에만 청년을 포함했다. 이행점검단은 탄녹위에서 심의·의결권이 없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정책을 발표할 때만 ‘미래세대’를 호명하고 어린 사람들을 소비하려고만 하는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형식적으로라도 구성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문제에서 누구의 삶을 더 반영해야 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민주노동연구원의 ‘지자체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의 과제’ 연구에 참여했던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중앙정부의 노동 배제적 정책이 지방정부에서도 반영된 것”이라며 “탄소중립이 녹색성장과 맞닿으면서 새 성장동력을 만든다는 식으로 사용되다 보니, 사회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탄소중립 계획을 만들 때 에너지·산업 부문을 다루지 않다 보니 노동 문제를 다룰 틀이 없는 것과도 연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청년이 거의 없는 장년층 중심의 위원회 구성은 충격적”이라며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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