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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자산어보’ 정약전은 우리를 굴 같은 조개로 봤죠…하지만 우리는 계통적으로 게와 가깝답니다

2017.07.20 22:33

이래 봬도 속은 쫄깃한 따개비·거북손

따개비는 울릉도와 같은 바닷가에서 칼국수에 넣어 먹는다. 따개비죽, 따개비국수, 따개비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은 외래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왼쪽은 검은큰따개비.  임형묵씨 제공

따개비는 울릉도와 같은 바닷가에서 칼국수에 넣어 먹는다. 따개비죽, 따개비국수, 따개비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은 외래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왼쪽은 검은큰따개비. 임형묵씨 제공

여름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 물놀이만 하지 말자. 아이들과 함께 맨발로 개펄을 걸으면서 개펄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만약 주변에 갯바위가 있다면, 조심조심 갯바위 위를 걸어보면 어떨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생물들이 바위틈에 빼곡히 숨어있다. 자연은 자세히 관찰하면, 그만큼 보인다. 갯바위에 보란 듯이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작지만 신기한 해양생물을 만나보자.

갯바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양생물 중 하나는 따개비다. 따개비는 연안 암반 조간대에 노출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종들이 띠 모양으로 분포한다. 조간대 상부에서 이름처럼 5㎜ 크기의 따개비인 조무래기따개비, 하구역의 암반과 자갈 조간대 중·하부에서 1.5㎝ 전후의 중형 따개비인 고랑따개비, 조간대 중·하부 수심 2m 내의 조하대 바위 표면에서 3㎝ 크기의 대형 따개비인 검은큰따개비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며,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이 보고되어 있다. 영어로 도토리를 닮았다 해서 아콘 바나클(Acorn barnacle)이라고 한다. 이 따개비류는 절지동물문 갑각강 완흉목에 속하는데, 따개비마다 그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과 수준에서 따개비과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따개비는 분류학상 마디가 있는 다리를 가지고 있고 단단한 갑옷을 입어야 하는데, 겉보기로는 절지동물에 속한다고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단지 발생과정에서 갑각류 특유의 노플리우스와 시프리스 유생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계통분류학적 측면에서 갑각류에 속한다.

따개비는 수㎜에서 수㎝ 크기로 생김새가 산(山) 자를 닮았으며, 겉은 석회질 껍질인 각판(殼板)으로 싸여있다. 따개비는 시멘트 선(腺)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자신의 몸을 해안가 바위뿐만 아니라 선박이나 고래의 몸, 바다거북의 등에 단단히 들러붙여서 일생을 지낸다. 몸은 배가 없이 머리와 가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머리에는 눈도 없고 촉각도 없다. 단지 넓고 큰 마름모 모양의 입이 있고, 입 주위에 여섯 쌍의 가슴다리 만각(蔓脚: cirri)이 있다. 이런 덩굴 모양의 가슴다리 때문에 만각류라고 부른다.

단단한 껍데기로 덮여 있는 따개비는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을 때는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입구의 문을 꼭 닫은 채 밀물 때까지 버티다가, 몸이 물에 잠기면 입구를 활짝 열고 덩굴같이 생긴 만각으로 물살을 만들어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다. 입구의 문을 열고 닫고, 만각을 뻗어내서 휘젓는 일련의 동작들은 상당히 민첩하다. 암수의 생식기를 한 몸에 같이 갖춘 암수한몸이면서 다른 개체와도 교미한다. 여러 개체가 가까이 밀집해서 살아가는 따개비는 옆에 있는 개체를 항해 교미침을 뻗어 정액을 주입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에서 부화하면 세 쌍의 부속지를 가진 노플리우스 유생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보통 6회의 탈피를 거쳐 두개의 껍데기를 가진 시프리스 유생이 되어 바닷속에서 부유하며 살다가 적당한 장소에 붙어 평생을 부착생활한다.

따개비는 울릉도와 같은 바닷가에서 칼국수에 넣어 먹는다. 그밖에도 따개비죽, 따개비국수, 따개비밥 등을 만들어 먹는다. 때로는 삿갓조개를 따개비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종이다. <자산어보>에도 식용으로서 따개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손암 정약전 선생은 따개비를 통호, 속명으로 굴통호라고 불러 굴의 한 종류로 본 듯하다. “입은 통처럼 둥글고 뼈처럼 단단하다. 아래에는 바닥이 없고 위는 조금씩 줄어들다가 정수리에 구멍이 있다. 뿌리에 난 빽빽한 구멍은 겨우 침이 들어갈 정도에 벌집처럼 생겼으며, 뿌리는 바위벽에 붙어 있다. 속에는 엉기지 않는 두부처럼 생긴 살을 감추고 있고, 위로는 승려의 고깔을 이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두 개의 판이 있는데, 조수가 이르면 이를 열어서 조수를 받아들인다. 이때를 쇠 송곳으로 재빨리 치면 통으로 떨어져 나가고 살이 드러나는데, 칼로 살을 잘라낸다. 만약 재빨리 치지 못해 통호가 먼저 알아차리면 차라리 가루로 부수어질지언정 떨어져나가지 않는다”고 기술하였다. 늘 감탄하지만, 선생은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자연을 관찰했으리라. 그렇지 않고는 이런 기록을 남길 수가 없다.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은 해외에서 유입된 외래종이 점점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외래종이 더 번식력이 강하고,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따개비는 선박 아래에도 잘 달라붙어 이걸 제거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하거나 직접 떼어내는 등 애를 먹고 있다.

손민호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갯바위를 뒤덮고 있는 작은 따개비들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따개비는 물이 드나드는 조간대 갯바위에 붙어 물속에 자신들이 잠겨 있는 제한된 시간 내에 만각을 빠르게 휘저어 물속의 플랑크톤들을 걸러먹는다. 그런데 너무 많은 따개비들이 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붙어있는 경우, 먹이를 먼저 먹으려면 이웃 따개비보다 더 높이 솟구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나중에 보면, 이런 따개비는 위로만 길쭉하게 자라난 비정상적인 형태를 갖게 된다. 이렇게 위로 뻗으면 갯바위에 붙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아져 거친 파도에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고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한마디 보탠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다보면, 당장은 자기가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설지 몰라도 궁극에는 다 함께 공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히 자극받을 만큼만 경쟁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인가.

거북손은 따개비와 모양새는 다르지만, 계통분류학적으로는 가깝다. 무병류인 따개비와 다르게 자루가 있어서 유병류로 분류된다. <자산어보>에는 거북손 속명을 ‘보찰굴’로 소개, 굴과 같은 조개류로 분류했다.  임형묵씨 제공

거북손은 따개비와 모양새는 다르지만, 계통분류학적으로는 가깝다. 무병류인 따개비와 다르게 자루가 있어서 유병류로 분류된다. <자산어보>에는 거북손 속명을 ‘보찰굴’로 소개, 굴과 같은 조개류로 분류했다. 임형묵씨 제공

역시 바닷가 바위틈에 떼 지어 붙어사는 자루형 따개비류로 거북손이 있다. 머리 부분이 거북의 손(사실은 다리에 해당)을 닮아서 이름이 거북손이라고 붙여졌을 뿐, 거북과 전혀 관계가 없는 동물이다. 일본어로도 같은 뜻의 가메노테(カメノテ)이다. 거북손은 따개비와 모양새는 다르지만, 계통분류학적으로는 가깝다. 절지동물문 갑각강 소악아강 완흉목 부처손과 거북손속으로 분류되어 따개비와 같이 완흉목에 속하니 말이다. 다만 자루가 없어 무병류인 따개비와 다르게 자루가 있어서 유병류로 분류된다.

몸은 4㎝ 크기로 머리와 자루 부분으로 되어있다. 위쪽 머리 부분이 황갈색 네모꼴로 된 32~34개의 석회판으로 덮여있고, 그 사이에 6개의 돌기가 나와 이것으로 호흡과 운동을 한다. 아래 자루 부분은 석회질의 잔 비늘로 덮여있고, 몸 색깔은 누런 회색이다. 거북손은 자루로 갯바위에 붙어 살며 바닷물에 잠겼을 때 머리 쪽 석회판 사이에서 덩굴 모양의 가슴다리를 내놓아 물을 휘저어 플랑크톤을 모아 잡아먹는 부유물 여과섭식자란 면에서 따개비와 같다.

거북손은 암수한몸으로 알이 부화하여 성체가 될 때까지 변태를 하면서 모습이 크게 변한다. 알에서 부화하여 노플리우스 유생으로 자유생활을 하는 여섯 차례의 변태과정을 거쳐 시프리스 유생이 된다. 시프리스 유생은 큰 촉각에 있는 샘에서 석회질을 분비하여 적당한 물체에 몸을 붙여 성체로 자란다. 어린 시기 거북손의 분화 과정이 따개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겉모양새로 봐서는 마디 다리가 있는 절지동물의 특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분화과정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따개비와 마찬가지로 종 분류가 어려웠을 것이다. 성체가 되었을 때 거북손과 따개비의 모양새가 확연히 서로 달라 분류학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는데, 어린 시기 분화 과정을 보고 그 유사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의심하고, 증거를 찾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과학이다.

손암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거북손을 오봉호, 속명으로 보찰굴로 소개하여 역시 굴과 같은 조개류로 여겼다. “다섯 봉우리가 평평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이 중 양쪽 밖의 두 봉우리는 낮고 작으며 그 다음 두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이 다음 두 봉우리가 가장 크며 가운데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가운데 봉우리와 양쪽 밖의 작은 봉우리들은 모두 두 개가 합쳐져서 껍데기를 이룬다. 색은 황흑이다. 봉우리의 뿌리는 껍질로 주위가 싸여 있다. 그 껍질은 유자같아 촉촉하고 윤기가 흐른다. 바위틈의 좁고 더러운 곳에 뿌리를 내려 바람과 파도를 막는다. 속에는 살이 있는데, 살에도 붉은 뿌리와 검은 털이 있다. 조수가 이르면 그중 큰 봉우리를 열어 털로 이를 받아들인다. 맛은 달다.”

울릉도에서는 거북손을 보찰 또는 검정발이라고 부르며, 귀한 음식으로 여겨 손님을 대접할 때 이용했다고 한다. <자산어보>에 보찰로 기록돼 있는 거북손의 속명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라는 섬에서 ‘보찰’로 살아남아 있다. 석회질 부분은 비료를 만드는 데 재료로 사용되지만, 몸의 연한 부분은 먹을 수가 있다. 거북손을 살짝 삶아 검은 겉껍질을 벗기자 맛살처럼 연분홍색 살이 나온다. 속살을 빼내어 먹어보면 짭짤한 간이 배어있고, 오징어나 문어 맛도 좀 있어 뭔가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통째로 삶아 우려낸 국물을 육수로 사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으면 이 또한 별미이다.

케이블TV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 거북손이 등장한 이후 판매가 10배가 늘고, 값이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도를 넘는 남획이 자행되면서 현지에는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텔레비전에 한번 출연하면 금방 유행을 타는 시대의 분위기에 괜히 씁쓸해진다.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가격에 비해 먹을 것이 별로 없고 맛이 썩 뛰어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차라리 다행이다. 맛이 뛰어나고 무엇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전국 해안가 갯바위에 붙어있는 거북손의 수난시대가 오고 머지않아 전멸할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XY&Z>에서 포켓몬인 ‘거북손손’과 ‘거북손데스’의 모티브가 거북손이란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영화를 어른이 되어서 더 이상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청년이 되어서 가요 프로그램을 보겠다는 형들에게 만화영화 채널을 빼앗기고, 난 커서도 만화영화를 볼 것이라고 분풀이 다짐을 했던 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씁쓸하다. 어쨌든 바닷속에는 우리가 잘 볼 수 없어 우리 눈에 낯선 해양생물들이 만화나 공상과학영화에서 외계인이나 괴물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그럴 만한 소재는 무수히 많다. 이제 어른이 되어 더 이상 만화영화를 보지 않게 되었지만, 다행히 만화영화 주인공 캐릭터 소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계에서 내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시리즈 끝>

▶필자 황선도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⑩‘자산어보’ 정약전은 우리를 굴 같은 조개로 봤죠…하지만 우리는 계통적으로 게와 가깝답니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수산자원생태로 이학박사가 된 토종과학자이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면서 7번이나 이사하는 등 주변인으로 살았으나, 덕분에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지금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으로 해양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일하는 ‘물고기 박사’다. 50여편의 논문을 썼고 저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가 유명하다.


<황선도 |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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