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법률톡톡' 무죄추정,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2019.02.14 10:49 입력 2019.02.18 10:25 수정

[영상뉴스]'김경수의 법률톡톡' 무죄추정,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생활 속 궁금했던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김경수의 법률톡톡’ 제22회 ‘무죄추정,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편. 대구 고검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하게 궁금증을 풀어준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을 설명하는 말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증거법상의 원칙이다. 무죄로 추정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면 반드시 검사의 증거가 필요하다. 검사가 유죄의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무죄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무죄추정은 형사재판에서는 ‘디폴트‘ 즉, 기본값이다.

헌법 제27조 제4항에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275조2에서도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1조에 “모든 사람은 유죄 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 등의 형사절차에서 검찰이나 경찰은 강력한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소환조사나 사실조회 등의 임의수사뿐만 아니라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강제처분도 가능하다. 이에 비해 일반 국민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적다. 무죄추정원칙이 없다면 강력한 수사기관을 상대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헌법은 수사기관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도록 원칙을 정해놓은 것이다.

무죄추정원칙을 도입한 근본적인 이유는 ‘고문’이다. 무죄추정원칙 도입의 역사는 길지 않다. 검사의 기소권과 판사의 사법권이 분리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규문주의라고 해서 수사권·기소권·사법권 모두가 왕의 권한이었다. 왕이 임명한 관리가 범죄를 수사하고 형벌까지 내렸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처럼 조선시대의 원님재판이 그 예다.

규문주의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기 가장 쉬운 방법은 ‘자백’이었다. ‘증거의 왕’ 자백을 얻기 위해 고문이 흔하게 사용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위 ‘마녀재판’이 성행했다. 심한 고문을 해도 자백하지 않으면 몸을 묶어 물에 던져서 가라앉으면 무죄, 물 밖으로 튀어나오면 유죄라고 판결하였다. 마녀재판은 20세기가 들어서야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결국 무죄추정원칙의 도입 취지는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피고인을 일반시민처럼 대우해 고문을 금지하고, 수사기관에게 유죄의 증거를 찾도록 한 것이다.

무죄추정원칙에는 예외가 없다. 파렴치범도 마찬가지다. 사실, 무죄추정의원칙이라면 범죄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파렴치한 범죄자라도 공정하고 적법할 절차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더욱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무죄추정원칙에서 증거는 ‘합리적 의심이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 냉장고에 있는 케이크가 사라졌는데 다녀간 사람이 아들밖에 없고 아들의 입가에 케이크 크림 자국이 있다면 합리적 의심이 없는 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증거가 남아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CCTV나 블랙박스 등의 발달로 입증이 예전보다는 수월해졌다.

형사 절차는 크게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집행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무죄추정원칙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적용된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인 형집행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수사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수사단계에서 구속하는 것은 예외라는 말이다.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서 구속되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은 적용된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때에는 기결수에게와 달리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한 없는 변호사 접견이 허용된다. 구속된 피고인도 원한다면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할 수 있다.

재판에서의 모든 입증 책임은 검사가 진다.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 필요하다. 구성요건 해당성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뜻한다. 위법성이란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이란 행위 당시 의사능력과 사물변별능력이 있었는지와 관련된다. 심신미약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검사는 피고인이 심신상실이나 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증명할 책임이 있다.

피의자의 얼굴 공개나 공인의 출석 시 포토라인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인격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인격권의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어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심사위원회를 열어 얼굴공개를 심리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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