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법률톡톡' "아이 엠 유어 파더" "친자확인부터 하시죠"

2019.03.20 16:50 입력 2019.03.22 17:12 수정

[영상뉴스]'김경수의 법률톡톡' "아이 엠 유어 파더" "친자확인부터 하시죠"

생활 속 궁금했던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김경수의 법률톡톡’ 제26회 “아이 엠 유어 파더” “친자확인부터 하시죠” 편. 대구 고검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하게 궁금증을 풀어준다.

남이 사용하던 칫솔이나 빗을 몰래 가져다가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드라마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혈연관계를 알아보려는 시도다. 유전자 검사는 친자확인에 사용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전자를 절반씩 자녀에게 물려준다.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 특징을 타고 나는데 서로 간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친자확인을 할 수 있다. 통상 유전자 검사를 받으러 가면 면봉으로 볼의 안쪽을 여러 번 문질러 입안 상피세포를 채취한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주 소량의 세포라도 유전자 확인이 가능하다. 혈액이나 정액, 머리카락, 손톱 등은 물론이고 종이컵이나 담배꽁초의 입술 자국이나 씹던 껌에서도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다.

통상 혼인 중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민법에 따라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친생자 관계를 맺는다. 법적 생물학적 부모 자녀 관계다. 그러나 법적 생물학적 부모가 누군지 알지 못할 때, 법적 생물학적 부모 자녀 관계를 다시 맺고자 하는 경우에는 친자확인 절차를 거친다. 혹은 아이가 외도로 태어났거나 병원에서 바뀌는 등 친자관계를 부정하기 위하여 검사를 한다.

유전자 검사는 간이검사를 통해 수십만원에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간단한 유전자 검사 키트를 약국에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임신 테스트기처럼 바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고 검사기관에 보내 그 결과를 받아보는 방식이다.

남몰래 하는 친자확인 검사는 법적으로 허용될까? 당사자 동의 없는 유전자 검사는 불법이다. 유전자 검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약칭으로 생명윤리법에 따라 규제된다. 생명윤리법 제51조에는 유전자 검사 시 서명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드라마를 믿고 무단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다가는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설 유전자 검사기관들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유전자 검사를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검사 전에 당사자의 서면동의서를 반드시 받는다. 명의를 도용하여 동의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생명윤리법 위반에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가 추가되어 가중처벌을 받는다. 무단으로 한 유전자 검사는 법원의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 당사자가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도 법적으로 즉시 친자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친자관계를 끊으려면 부모의 경우 민법상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자녀 또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친족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친자관계를 맺길 원한다면 인지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부모 또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친족의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한 생물학적 친자 관계가 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들이 자신들을 외면한 한국인 아버지를 찾아 인지청구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례가 많았다.

유전자 검사를 강제로 시킬 수는 없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사소송법 제29조에서는 가정법원이 필요한 경우 수검명령을 내려서 당사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명령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및 감치처분을 내린다. 간접적인 강제 방법이다.

법률적으로 혈연 상 친자관계에 대한 주요사실의 증명은 유전자 검사가 유력하지만 유일하지는 않다. 친자확인 소송 중 유전자 검사를 끝까지 불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법원은 유전자 검사에 불응하는 것을 불리한 간접 증거로 삼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유전자 검사가 친자확인에 유력한 간접증명 방법이지만 이에 상응하는 다른 간접 증명 방법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유전자 검사는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가능할까? 생명윤리법에서는 태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특정 유전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 또한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는 불법이다.

친자확인은 가족신뢰가 깨진 틈을 이용해 부수적으로 생긴 유전자 검사의 영역일 뿐이다. 유전자를 통한 질병의 진단과 예방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에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유전자 검사는 범죄 수사에도 큰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범죄의 검거율이 높아졌다. 공소시효가 폐지되거나 늘어난 것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 외에도 실종아동의 부모를 찾아주는 일이나 발굴된 전사자의 유해를 유족에게 되돌려 주는 일 등 의미 있는 일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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