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법률톡톡'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있나요?

2019.03.28 09:35 입력 2019.04.01 10:38 수정

[영상뉴스]'김경수의 법률톡톡'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있나요?

생활 속 궁금했던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김경수의 법률톡톡’ 제27회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있나요?’ 편. 대구 고검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하게 궁금증을 풀어준다.

죽을 권리가 있을까?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지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은 많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에 스스로 언제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죽으면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을 권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불치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 그렇게 계속 살아가라는 것은 당사자나 가족 모두에게 가혹하다.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 역시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안락사란 편안한 죽음이라는 뜻이다. 안락사의 영어 표현인 Euthanasia는 그리스어의 ‘좋은’이라는 의미의 Eu와 ‘죽음’이라는 의미의 Thanatos에서 유래했다. 통상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극심한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생명을 단절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안락사는 상황에 따라 합법과 불법으로 갈린다. 치사량의 독극물을 주입해 생명을 단절시키는 직접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당사자가 원했어도 형법상 촉탁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다. 자살을 도와주는 경우에도 자살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무단 퇴원 시 남편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부인과 의료진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법원은 부인에게 살인죄를, 퇴원을 허용한 병원 의료진에게는 살인방조죄를 선고했다.

‘김 할머니 사건’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게 병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자녀들의 소송에 관한 사건이다. 최종심에서 결국 자녀들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환자를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에 대하여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례다.

최근 국회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을 만들어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미리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등록한 경우에는 가족과 의료기관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절차와 대상, 효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려면 더 치료가 불가능한 임종 과정에 있는지 의사의 확인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환자의 의사를 묻는다.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지만, 임종과정에서는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병원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한다. 사전에 작성된 의향서나 계획서가 없다면,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에게서 들은 진술로서 간접적으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다. 이 경우 환자의 의사와 다르다는 객관적인 증거나 다른 가족의 반대되는 진술이 없어야 한다. 환자의 실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면 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연명치료를 중단할 때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환자에 대한 영양분, 물, 산소의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평소 판단능력이 있을 때 가족과 상의하여 작성하는 것이 좋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지 변경이나 철회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인 2명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비영리 조력자살 단체를 방문하여 안락사하였다. 그 외에도 18명 정도의 한국인이 안락사 준비를 위해 등록했다는 보도도 있다. 스위스 디그니타스의 방식은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독극물을 처방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자살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자살을 도와준 의사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형법상의 자살방조죄로 처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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