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치료, ‘사즉생 생즉사’의 해법으로

2018.08.27 13:52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살면서 평탄한 길만 가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삶의 고통에 마주할 때 누군가는 계속 피하고 도망치려고 합니다. 그럴수록 신기하게도 그 고통은 사라지질 않고 계속 쫓아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통과 마주해야 합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이치입니다. 즉, 당장의 고통을 피해 살기만을 바라는 어설픈 선택은 결국, 서서히 진짜 죽어가는 고통을 만듭니다. 대신, 죽기를 각오하고 마주하면, 오히려 진정으로 살 길이 열리게 됩니다. 죽기를 각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실제 생물학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도, 가까웠던 연인이나 친구와의 인연을 잘 정리하는 것도, 퇴직이나 직업을 그만두는 것도,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리는 것도 다 상징적인 죽음입니다. 작은 이익을 위해서 당장 덜 손해 볼 요량으로 피해갈 궁리만 하다보면, 살 길이 안 열리고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수많은 죽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도에서 처음엔 상대를 메치는 공격기술이 아니라, 내가 먼저 잘 죽는 낙법부터 배웁니다. 검도도 내가 먼저 상대를 때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잘 맞는 수련부터 하게 됩니다. 권투 선수가 상대의 주먹을 두려워만 해서, 엉덩이를 엉거주춤 뒤로 뺀 채로 이길 수 있을까요? 결국 더 얻어맞고 결국엔 KO를 당하고 맙니다. 인생에서 마주한 까다로운 삶의 문제나 화병치료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당장에 내 욕심을 보지 못해 더 큰 것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죽는 것을 겁내면 이것이 진짜 죽음으로 다가가기 쉽고, 죽기를 각오하고 과감하게 한발 나아가면 살 길이 열립니다. 차라리 지금 가진 것을 내려놓는, 죽을 각오로 마주할 때, 더 큰 것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250화(최종회)에서는 10여년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이 반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한 중년 여성의 화병치료 사례를 소개합니다. 또, 무례한 학부모로부터 인신공격을 받아 우울과 무기력증에 빠진 한 여교사의 예를 살펴봅니다.

두 사람 모두 당장의 작은 것을 잃을까 불안감 때문에, 정작 자신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생각에만 갇혀서 상대가 바뀌길 바라고만 있었습니다.

이처럼, 당장에 살 길을 찾겠다고 상처 주는 상대와 대충 타협하거나, 엉거주춤한 기세로 피하고 도망치는 선택만 하다보면, 계속 밀리고 밀리다 자신의 삶 전체가 고통 속에 빠져버립니다. 이야말로, 몸도 마음도 삶도 진짜 죽음에 더 가까이 가게 됩니다. ‘사즉생 생즉사’의 이치로 삶의 난관을 극복하는 해법을 심통부리기 250화에서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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