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암·전이암도 잘 관리하면 삶의 질 유지”

2021.09.10 21:47 입력 2021.09.10 21:49 수정
박효순 기자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라선영 교수가 최신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라선영 교수가 최신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분자생물학·AI 기술 등 발달
항암 치료제는 계속 진화 중
표적치료·면역항암제 등 효과
‘환자 맞춤 치료’로 생존기간 연장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이나 국소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행성 암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진행성 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이고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술 전이나 후에 항암 치료 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이런 다방면의 치료를 해도 일부 환자들은 재발을 한다. 진단 당시부터 완치가 불가능한 전이암으로 발견되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의 발전으로 말기암이나 전이암도 장기 생존이나 완치에 도달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전이성 재발성 암 치료와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라선영 연세대 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10일 “현재는 암 정복이라는 개념보다 ‘암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보자’가 치료의 목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실제 생존율과 직결되는 것은 숨어 있는 미세전이 또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라서 전신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 교수는 “몸의 어디엔가 숨어 있고 전신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치료가 항암 치료이며, 효과적이고 안전한 항암 치료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신 항암 치료를 통한 암 정복이 가능할까요.

“우리가 항암제를 사용하면 암세포는 약에 내성이 생기는 세포로 바뀝니다. 또한 주변 정상세포의 도움을 받아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들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게 됩니다. 가장 나쁜 특징은 (암세포가) ‘내 세포이기 때문에 내 몸에 잘 적응해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점입니다. 분자생물학뿐 아니라 AI(인공지능) 등 발전으로 더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법들이 나올 것이고, 점차 암 정복에 가까워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 교수는 항암 치료의 이유와 목적에 따라서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수술이 가능한 암의 완치율을 올리기 위해 수술 전후로 항암 치료를 하는 ‘보조 항암요법’, 둘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수술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술 전 항암요법’, 셋째 완치가 불가능한 재발 및 전이암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며 기대여명을 늘리기 위해 시행하는 ‘고식적 항암요법’ 등이다. 라 교수에 따르면, 항암 치료의 목적에 따라 치료 기간도 달라진다. 암종마다 다르지만 보조 항암요법의 경우는 6개월 전후, 수술 전 항암요법의 경우는 3개월 전후, 고식적 항암요법의 경우는 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안 되거나 환자가 힘들어서 항암제를 못 이겨 더 사용이 불가능할 때까지 시행한다.

- 진행암이나 전이암·말기암에 항암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전신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치료하는 것이 전신 항암 치료인데 먹는 약, 주사 등 다양합니다. 즉 어떤 형태든지 몸 안에 흡수가 이뤄지면 혈행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퍼져 있는 전이암 세포들을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런 항암 치료는 크게 ‘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로 구분됩니다. 우리 몸과 암세포에 대한 생물학적, 분자유전학적, 면역학적 정보를 알게 되면 될수록 지능적으로 암세포를 죽이고 조절하게 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즉 항암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줄여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특성을 설명해 주세요.

“표적치료제는 말 그대로 암세포에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적을 찾아, 그 표적이 있는 암세포만 죽이는 미사일 같은 약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표적이 없는 암세포들도 너무 많고, 암세포가 진화해서 있던 표적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내 몸의 정상세포와 비슷한 표적인 경우는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세포를 직접 죽이지 말고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를 활용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스파이작전’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치료가 면역치료(면역항암제)입니다.”

- 암 환자의 개인적 맞춤치료에 대한 연구 현황은 어떻습니까.

“환자에게 어떤 약이 잘 들을지를 찾아내 치료하고, 이후 내성이 생기면 어떤 이유 때문에 내성이 생겼는지를 알아내 그에 맞는 다른 치료법을 찾게 됩니다. 이런 중개연구와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전이암의 평균 생존기간이 5년까지 연장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전이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를 할 때 시작하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어떤 암이 얼마나 퍼져 있느냐를 위한 진단 과정이었으나, 이제부터 하는 검사는 어떤 약이 잘 들을지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해줍니다. 조직검사와 채혈 과정을 통해 표적을 찾고 그에 맞는 약제를 찾는 것이 맞춤치료의 과정이고, 바로 종양내과의 진단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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