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식습관도 서로 연결되면 더 만들기 쉬워요”

2021.08.20 09:08 입력 2021.09.27 16:30 수정
이 기사는 금요일 아침 발송하는 식생활 뉴스레터 🍉 ‘끼니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구독을 원하신다면 검색창에 ‘끼니로그’를 입력하거나 주소창에 다음 주소를 입력해서 신청해 주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22110?groupIds=112545

코로나 시대의 마음 건강, ‘식사 리추얼’로 챙기는 사람들

코로나19의 터널이 생각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안녕하신가요?

몸은 지치고 마음도 우울해지기 쉬운 때,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기는 게 기본일 텐데요. 몸과 마음이 처질수록 뭔가 챙겨 먹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지요. 이럴 때 혼자 차려 먹은 밥에 대한 얘기를 랜선으로 공유하고 서로 건강한 식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합니다.

밑미의 ‘리추얼 메이커’로 나섰던 오늘의집 커뮤니티 매니저 무과수는 오랫동안 식사일기를 써왔다. 그가 이끄는 ‘식사 리추얼’에 참여한 사람들은 4주간 하룻동안 어떻게 먹었는지를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하고 식사 일기를 썼다. 밑미 제공

밑미의 ‘리추얼 메이커’로 나섰던 오늘의집 커뮤니티 매니저 무과수는 오랫동안 식사일기를 써왔다. 그가 이끄는 ‘식사 리추얼’에 참여한 사람들은 4주간 하룻동안 어떻게 먹었는지를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하고 식사 일기를 썼다. 밑미 제공

이런 점에 착안한 ‘밑미’의 ‘식사 리추얼’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밑미는 ‘행복한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도록 돕는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내걸고 지난해 8월 론칭했는데요. 번아웃 증후군 등 마음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요가, 명상, 달리기, 음악 등 일상의 여러 활동과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습니다.

밑미는 일상을 지탱하는 규칙적인 습관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습관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일상의 의례, ‘리추얼’로 부릅니다. ‘식사 리추얼’은 좋은 식습관 형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한 끼 밥을 잘 챙겨 먹는 습관도 혼자 만들면 어렵지만, 이런 고민을 많이 해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여럿이 함께하면 훨씬 몸에 붙이기 쉽다고 해요.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는지, 왜 그 음식을 선택했는지, 먹으며 어땠는지, 내일은 어떻게 먹고 싶은지, 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기를 쓰는 리추얼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만족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밑미의 마케팅 담당자 봉봉 님과 식사 리추얼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해 드려요.

사람과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연대하는 형상을 담은 밑미의 로고. 밑미 제공

사람과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연대하는 형상을 담은 밑미의 로고. 밑미 제공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먹기.”

밑미의 ‘식사 리추얼’ 목표다. 4주간의 프로그램은 ‘리추얼 메이커’가 이끌고, 코로나 시대에 알맞게 ‘따로 또 같이’ 방식으로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하루 한 끼 건강한 식사를 챙겨 먹고 약속한 시간에 랜선을 통해 그 내용을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채팅창에서 좋은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건강한 식생활을 응원하면서 식생활의 공동체가 꾸려진다.

하루 리추얼의 마지막 순서는 각자의 노트에 식사 일기를 쓰는 것.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되거든요. 오늘 하루 자극적인 음식만 찾았다면 스스로 물어봐요. ‘나 오늘 어떤 기분이었지?’ 생리 전이었을 수도 있고 일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패턴을 발견하게 되면 다음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거예요.”(봉봉)

영양 전문가나 요리사가 아니어도 이 모임을 이끌 수 있다. ‘무엇을 먹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어떻게 먹느냐’를 고민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를 위한 한끼X식사일기 쓰기’ 리추얼을 이끄는 무과수는 오늘의집 커뮤니티 매니저이자 작가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다가 건강에 위험 신호가 온 것을 감지했다. 이후 몸을 낫게 하기 위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고 쭉 식사 일기를 써왔다.

무과수의 ‘나를 위한 한끼X식사 일기 쓰기’ 리추얼 참여자가 자신의 식사 기록을 후기에 남겼다. 밑미 웹사이트 갈무리

무과수의 ‘나를 위한 한끼X식사 일기 쓰기’ 리추얼 참여자가 자신의 식사 기록을 후기에 남겼다. 밑미 웹사이트 갈무리

공황장애를 겪던 A씨는 무과수와 함께한 리추얼의 후기에 이렇게 썼다. “체력을 키우고 생활 패턴을 잡아가려고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고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뭐라도 챙겨 먹기’ 였습니다. 혼자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보다 주변에 내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게 무언가를 시도할 때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참여자 B씨는 이렇게 썼다.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오로지 먹고 즐기는 순간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졌어요.”

지난 3월엔 생리하는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었다. “월경 시작 전에 단 것이 당기거나 폭식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많거든요.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하다가도 자극적인 음식을 마구 먹게 되는데, 이 시기에 잘 대처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어요. 식사 일기를 쓰면서 생리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고 식사 패턴을 파악해 볼 수도 있고요.”(봉봉)

채소 요리 식공간 ‘베이스 이즈 나이스’를 운영하는 장진아는 ‘푸드테라피X식사일기’ 리추얼에서 월경 중인 여성들을 위해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를 간단하고도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밑미 제공

채소 요리 식공간 ‘베이스 이즈 나이스’를 운영하는 장진아는 ‘푸드테라피X식사일기’ 리추얼에서 월경 중인 여성들을 위해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를 간단하고도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밑미 제공

오프라인 공간 ‘밑미홈’은 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이 건물 2층에는 공유 주방 ‘위로하는 부엌’이 자리를 잡았다. 현재 금자씨와 혜미씨, 두 여성이 정기적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쫓기듯 먹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혼자와도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느릿느릿한 음악을 배경으로 천천히 식사할 수 있도록 이요.”

마음의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상담까지 받는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대처법을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 밑미는 이 점에 착안해 리추얼을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게 됐다고 한다. “마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내가 나를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내 일상을 잘 가꿔가는 게 필요해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인 거죠. 일상에서 나를 돌볼 방법을 반복을 통해서 터득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걷기, 음악 듣기, 독서, 그림 그리기, 식물 돌보기 등 여러 리추얼 가운데 ‘식사’는 특히 사회적인 활동이다. “밑미 창업 초기 때 심리상담에 앞서 일상적인 활동을 붙여 진행한 적 있는데, 이렇게 페어링으로 그룹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빨리 열리는 효과가 있었어요. 그 중 제일 효과적이었던 게 바로 ‘음식’이었죠.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먹을 때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테이블에 둘러앉아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주는 안온함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장치였던 셈이죠.”

서울 성수동 ‘밑미홈’ 2층에 위치한 ‘위로하는 부엌. 밑미 제공

서울 성수동 ‘밑미홈’ 2층에 위치한 ‘위로하는 부엌. 밑미 제공

식사는 밑미의 모든 리추얼 프로그램이 목표로 하는 ‘자기 돌봄’의 핵심이기도 하다. “밥이란 게 돌봄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잘 안 되는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바쁠 수록 제일 먼저 뒤로 밀려나고요. 저만 해도 나를 못 챙기는 시기의 스스로를 돌아보면 라면을 끓여 먹는다거나 떡볶이 같은 자극적인 음식만 계속 찾게 되었거든요. 그 점을 의식하는 것이 나를 돌보는 행위의 시작점이 아닐까요?”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이 <미식예찬>(1825)에 쓴 문장입니다. ‘먹을 것’ 이야기는 개인의 식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산업, 농업, 경제 그리고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습니다.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죠. ‘장르’를 불문하고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