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경북 문경·충북 괴산 대야산

2009.02.25 17:19
문경 | 글·사진 최슬기기자

장쾌하게 솟은 암릉, 마르지 않는 옥수

대야산(해발 930.7m)은 수려한 계곡과 험준하고 장쾌한 능선을 자랑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깎이고 팬 암반과 맑은 물빛이 어우러진 계곡 길은 부드럽고, 깎아지른 듯한 암봉과 암릉으로 이뤄진 능선 길은 힘차다. 이 때문에 계곡에는 연인·가족 단위의 나들이객과 트레킹족이, 정상 능선에는 백두대간 답사에 나선 산악인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대야산은 수려한 계곡과 장쾌한 능선으로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왼쪽사진). 용추계곡의 하트 모양으로 된 소(沼).

대야산은 수려한 계곡과 장쾌한 능선으로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왼쪽사진). 용추계곡의 하트 모양으로 된 소(沼).

대야산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걸쳐 있다. 이화령과 속리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이 중간에서 용틀임한 듯한 산세로 백두대간 명산의 반열에 올라 있다. 정상은 어느 방향으로도 막힘이 없어 백두대간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속리산과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속리산국립공원구역에 들어가 있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대야산은 무엇보다 계곡이 빼어나기로 이름 높다. 화강암 암반으로 이뤄진 골짜기는 대리석을 다듬어 놓은 듯하고 물빛은 유난히 맑고 투명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동이 문경과 괴산 양쪽에 다 있다. 양쪽 모두 아홉 구비의 절경, ‘선유구곡(仙遊九曲)’을 자랑한다.

괴산 쪽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아홉 달을 머물며 풍광을 즐겼다는 선유동문·경천벽·학소대·연단로·와룡폭·기국암 등이, 문경 쪽에는 옥석대·난생뢰·영귀암·탁청대·관란담·세심대 등이 각각 ‘구곡’을 이룬다.

비경에 풍류를 즐긴 선조들의 흔적이 없을 리 없다. 문경 선유동에는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이재를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정자 학천정이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있다. 앞쪽 큰 바위에는 신라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선유동(仙遊洞)’이 새겨져 있다.

학천정 뒤편 바위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이란 글씨가 음각됐다. 자연에 동화돼 산처럼 물처럼 군자의 덕을 닦아온 선인들의 체취가 배어 있다.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93) 경북 문경·충북 괴산 대야산

용추계곡은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아름답다. ‘문경 8경’ 가운데 하나다. 아름다운 폭포와 소(沼), 화강암 암반이 비경을 연출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을 만큼 맑은 물이 계곡 가득 흐른다. 용추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하듯 용비늘 흔적 같은 자국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폭포 아래에는 수천년 동안 깎이고 팬 소(沼)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연인들이 암반 위에 달린 로프를 잡고 접근, ‘용추의 물처럼 마르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명소다.

용추계곡 입구에는 민박을 겸한 식당이 모여 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을 방불케 할 만큼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계곡을 따라 정상 쪽으로 가는 조릿대숲길은 경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호젓하다.

정상 부근은 가파르다. 능선에는 거북바위·코끼리바위·대문바위 등 기암괴석이 소나무 사이로 촘촘히 자리잡아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쪽으로 조항산·청화산·속리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 장성봉·구왕봉·희양산이 솟구쳐 있다. 백두대간의 힘찬 기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생태계도 잘 보전돼 있다. 멸종위기종인 노란목도리담비와 삵이 뛰노는가 하면 정상 일대에는 소백산 이북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왜솜다리도 자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왜솜다리 자생지 가운데 가장 남쪽에 해당돼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희귀식물인 꼬리진달래도 아기자기한 바위와 기암괴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운치를 더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맛’
모산굴·석탄박물관 등 ‘눈맛’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93) 경북 문경·충북 괴산 대야산

대야산은 경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완만하게 오르다가 정상 부근부터는 매우 가파르고 험하다. 부드러운 계곡 길을 밟는 푸근함과 깎아지른 듯한 암릉을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산행은 문경 가은읍 완장리 용추계곡 입구 벌바위 마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상가지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용추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용추폭포, 월영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넓은 암반지대인 월영대에서 다래골과 피아골로 갈라진다. 어디로 가든 정상에 이르지만 경사가 완만한 다래골을 지나 밀재~정상에 올랐다가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택한다. 밀재는 문경과 괴산의 경계로, 백두대간 길이다. 밀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은 급사면이다. 정상 조금 아래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로프가 설치돼 있다. 경사가 급한 데다 겨울철에는 곳곳이 얼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월영대로 해서 용추계곡 입구까지 되돌아가는 원점회귀 산행에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안팎이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길을 따라 북쪽으로 촛대봉을 거쳐 불란치재로 가는 코스도 있으나 위태로울 정도로 가파르다. 전문 산악인들이 즐기는 코스다. 괴산 쪽에서는 주로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마을에서 밀재로 오르거나 중대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다.

문경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앞 도로변에는 의병대장(도창의대장) 이강년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인근 성저리에는 임진왜란 때 주민들이 피신했다가 왜군들이 피운 연기에 질식사했다는 석회암 동굴인 모산굴이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위령제를 지내고, 풍악경연을 벌이는 ‘기세배(旗歲拜) 굿’이 열린다. 가은읍내에는 문경석탄박물관, 드라마 <연개소문> <최강칠우> <자명고> 등의 촬영지인 가은오픈세트장 등 보고 즐길 거리도 많다. 문경새재와 문경온천도 자동차로 20~30분 거리다.

<문경 | 글·사진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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