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향기 그윽한 산골서 전통체험, 양주 맹골마을

2010.07.07 10:07 입력 2010.07.07 10:24 수정

북녘 개성과 인접한 경기도 양주 남면의 맹골마을은 매화향기가 그윽한 전통마을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마을은 활기를 띠고 있다.

호젓한 시골 마을에 가면 젊은이를 통 만나기 힘들다. 굳이 통계를 들여다보자면, 통계청이 실시한 ‘2009년 농업 및 어업조사’에서 전국 농가 인구의 65세 이상 비율이 34.2%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10.7%와 비교해 봐도 23.5%나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어촌의 일꾼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그런데 여기, 젊은이가 다시 들어오는 마을이 있다. 경기도 양주의 작은 마을로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매화향기 솔솔, 수원 백씨 집성촌

맹골마을을 그득 채운 매화나무. 매실이 탐스럽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을 그득 채운 매화나무. 매실이 탐스럽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은 양주시 남면 매곡리를 일컫는 이름이다. 오래전 마을에 큰 매화나무가 있어 ‘매골, 맹골, 매곡’이라 불렸단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지만, 마을 앞 감악산 정상에 서면 개성이 바로 눈앞에 펼쳐질 정도로 외진 곳이다. 그래도 마을 입구는 찾기 쉽다. 371번 지방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큰길가에 맹골마을 입구를 알리는 큰 장승이 서 있다. 장승 옆 좁은 길을 따라 가면 논두렁이 펼쳐지고 이내 맹골마을 회관이 나타난다. 이름처럼 마을에는 매실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매화나무가 특이하게도 제법 북쪽에 위치한 맹골마을에서 그득히 자라난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포근한 정취를 풍기기 때문이리라.

마을 청년회로 조직된 매사모(매곡리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 백종범(64)씨는 “우리 마을은 원래 수원 백씨 집성촌이었어요. 문헌상으로는 340년 전 맹골마을에 수원 백씨가 처음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라고 마을을 소개한다. 현재 마을 주민은 90여 가구. 그 중 60% 정도가 수원 백씨다. 한 성씨가 오래도록 자리 잡다 보니 마을엔 여전히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다. 서로 항렬을 지켜 존댓말을 하고 예를 지킨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체험거리가 넘쳐요

맹골마을 입구. 백의열(38)씨가 만든 거대한 장승이 눈길을 끈다. / 맹골마을 제공

맹골마을 입구. 백의열(38)씨가 만든 거대한 장승이 눈길을 끈다. / 맹골마을 제공

맹골마을의 특이점은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는 집성촌이라는 데에만 있지 않다. 도시에서 한참 일할 나이인 20~40대 청년들을 마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이목을 끈다. 맹골마을 미술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의열(38)씨는 마을에 터전을 마련한 젊은이 중 한 명이다. 백씨는 “도시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다시 고향인 맹골마을로 돌아와 작업장을 마련했어요. 그게 10년 전쯤이에요. 저야 축복받은 거죠. 이렇게 자연 환경이 빼어난 곳에 작업장을 마련할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조각을 전공한 백씨는 장승은 물론 마을 곳곳을 꾸민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전통 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백종광(40)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작년 귀농을 다짐했다. “젊은 세대는 전통 장을 만들 줄 모르잖아요. 누군가 그걸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씨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어르신들로부터 메주,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전통 제조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마당 한가득 장을 담근 옹기는 이제 백씨의 새로운 연구소다.

다도체험/ 맹골마을에는 체험거리가 넘쳐난다. 미술체험과 전통장체험을 비롯해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가공체험,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도체험은 마을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맹골마을 제공

다도체험/ 맹골마을에는 체험거리가 넘쳐난다. 미술체험과 전통장체험을 비롯해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가공체험,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도체험은 마을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맹골마을 제공

도시로 나갔던 젊은이 10여명이 다시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맹골마을이 2006년 행정안전부 주관 ‘접경지역 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젊은이들은 마을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체계화시켜 나갔다. 미술체험과 전통장체험을 비롯해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가공체험,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도체험은 마을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을의 솜씨 좋은 어르신들도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발 벗고 나섰다. 3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수자(68)씨는 남편 백승우(71)씨의 고향인 맹골마을로 5년 전 귀향했다. 평소 남다른 손재주를 가졌던 이수자씨는 한지 및 칠보 공예를 배워 마을에서 한지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젊은 세대와 윗세대가 어우러져 마을을 꾸려가다 보니 어느새 맹골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외지인을 모으는 체험마을이 됐다.

명성황후의 피난처, 청백리의 고장

백수현 전통가옥/ 중요민속자료 제 128호로 지정된 ‘백수현가옥’. 구한말(1870년대) 명성황후가 만일의 사태에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의 고옥을 옮겨 지은 것이다. 현재 수원 백씨 가문이 살고 있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언제나 대문이 열려 있다. /이윤정기자

백수현 전통가옥/ 중요민속자료 제 128호로 지정된 ‘백수현가옥’. 구한말(1870년대) 명성황후가 만일의 사태에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의 고옥을 옮겨 지은 것이다. 현재 수원 백씨 가문이 살고 있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언제나 대문이 열려 있다. /이윤정기자

매실 향기가 그윽한 맹골마을은 논밭이 펼쳐진 ‘벌판’, 마을 중심지인 ‘큰마을’, 산줄기에 위치한 ‘북골(북구리)’ 등의 뜸으로 이뤄져있다. 큰마을 중심에는 중요민속자료 제 128호로 지정된 ‘백수현가옥’이 있다. 구한말(1870년대) 명성황후가 만일의 사태에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의 고옥을 옮겨 지은 것이다. 사랑채와 별당채는 헐려 없어지고 현재 안채와 행랑채만이 남았다. 부엌과 방 3칸, 마구간, 마부방, 아랫방, 곳간, 쌀광이 길게 이어진 행랑채는 안채 전체를 감싸고 있다. 고택은 전체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지어졌는데 석재의 크기나 가공수법, 기둥 등 목재의 크기나 치목수법 등에서 궁궐 건축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수원 백씨 가문이 살고 있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언제나 대문이 열려 있다.

마을과 1.5km 정도 떨어져있는 곳에는 휴암 백인걸(休庵 白仁傑, 1497~1579)선생의 묘가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동서분당(東西分黨)의 폐단을 논한 휴암은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곧고 깨끗해 청백리(淸白吏)로 기록됐다. 그래서일까. 마을 사람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성품이 깨끗하다. 백종범씨는 “도시화가 진행돼 많이들 마을을 떠났지만 선친의 묘소가 있는 선산을 지켜야 하잖아요. 대대로 마을을 지키는 것도 효이니까요”라고 말한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길)
서울역에서 1호선 동두천행 지하철을 타고 양주역에서 내린다. 양주역 정류장에서 25번 버스를 타고 30~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25사단에서 하차한다. 맞은편이 맹골마을 입구다. 차를 타고 올 경우 동두천->덕정사거리->파주, 적성방향으로 오면 25사단이 보인다. 25사단 맞은편에 맹골마을 장승이 서 있는 길로 들어서면 맹골마을이다.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양주시 남면 매곡리’를 입력하면 된다.

맹골마을 홈페이지 http://mengol.invil.org/


미술체험장/ 미술을 전공한 백의열(38)씨는 도시에서 공부를 마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작업실을 열었다. 작업실과 함께 미술체험장을 운영해 도시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예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윤정기자

미술체험장/ 미술을 전공한 백의열(38)씨는 도시에서 공부를 마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작업실을 열었다. 작업실과 함께 미술체험장을 운영해 도시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예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윤정기자

한지체험장 이수자선생님/ 3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수자(68)씨는 남편 백승우(71)씨의 고향인 맹골마을로 5년 전 귀향했다. 평소 남다른 손재주를 가졌던 이수자씨는 한지 및 칠보 공예를 배워 마을에서 한지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젊은 세대와 윗세대가 어우러져 마을을 꾸려가다 보니 어느새 맹골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외지인을 모으는 체험마을이 됐다. /이윤정기자

한지체험장 이수자선생님/ 3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수자(68)씨는 남편 백승우(71)씨의 고향인 맹골마을로 5년 전 귀향했다. 평소 남다른 손재주를 가졌던 이수자씨는 한지 및 칠보 공예를 배워 마을에서 한지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젊은 세대와 윗세대가 어우러져 마을을 꾸려가다 보니 어느새 맹골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외지인을 모으는 체험마을이 됐다. /이윤정기자

명성황후의 피신처/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는 백수현가옥의 처마. 실제 명성황후는 풍수지리를 따져 이곳에 피난처를 지었지만 실제로 오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고택 곳곳에서 왕실의 건축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이윤정기자

명성황후의 피신처/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다는 백수현가옥의 처마. 실제 명성황후는 풍수지리를 따져 이곳에 피난처를 지었지만 실제로 오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고택 곳곳에서 왕실의 건축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 전경/ 사진 가운데 펼쳐진 논이 ‘벌판’이라 불리는 곳이다. 사진 속 나지막한 가옥들은 모두 맹골마을 중심지인 ‘큰마을’이다.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동두천이 나온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 전경/ 사진 가운데 펼쳐진 논이 ‘벌판’이라 불리는 곳이다. 사진 속 나지막한 가옥들은 모두 맹골마을 중심지인 ‘큰마을’이다.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동두천이 나온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 생태연못/ 2006년 행정안전부 ‘접경지역 체험마을’로 지정된 맹골마을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시설을 설치했다. 그중 생태연못은 자그마한 물레방아와 분수, 들꽃이 어우러져 예쁜 정취를 선사한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 생태연못/ 2006년 행정안전부 ‘접경지역 체험마을’로 지정된 맹골마을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시설을 설치했다. 그중 생태연못은 자그마한 물레방아와 분수, 들꽃이 어우러져 예쁜 정취를 선사한다. /이윤정기자

숨은그림찾기/ 마을길을 걷다 개구리를 발견했다. 푸른 잎이 그득하게 들어차서 얼핏 보면 구분이 안 된다. 개구리 숨은 그림을 찾아보라. /이윤정기자

숨은그림찾기/ 마을길을 걷다 개구리를 발견했다. 푸른 잎이 그득하게 들어차서 얼핏 보면 구분이 안 된다. 개구리 숨은 그림을 찾아보라. /이윤정기자

한지로 만든 등/ 맹골종합체험관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한지로 만든 등이 빼곡하다. 한지만으로 저렇게 예쁜 등을 만들 수 있었나 싶다. 모두 이수자선생의 솜씨다. /이윤정기자

한지로 만든 등/ 맹골종합체험관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한지로 만든 등이 빼곡하다. 한지만으로 저렇게 예쁜 등을 만들 수 있었나 싶다. 모두 이수자선생의 솜씨다. /이윤정기자

솟대 대문/ 백종범, 김영자 부부의 행복사랑가득한 집. 솟대로 만든 대문이 이채롭다. 여기서부터 마당이 시작되는데 어찌나 잘 가꿨는지 계속해서 산책을 하게 만든다. /이윤정기자

솟대 대문/ 백종범, 김영자 부부의 행복사랑가득한 집. 솟대로 만든 대문이 이채롭다. 여기서부터 마당이 시작되는데 어찌나 잘 가꿨는지 계속해서 산책을 하게 만든다. /이윤정기자

비온 뒤 연못/ 맹골마을을 찾은 날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평화를 되찾은 연못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하다. 연잎과 연꽃, 소금쟁이는 물론 연못 위 나무가 모두 연못으로 들어왔다. /이윤정기자

비온 뒤 연못/ 맹골마을을 찾은 날은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평화를 되찾은 연못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하다. 연잎과 연꽃, 소금쟁이는 물론 연못 위 나무가 모두 연못으로 들어왔다. /이윤정기자

전통 장 담그기/ 마을에서 전통 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백종광(40)씨가 옹기 뚜껑을 열어 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마당 한가득 장을 담근 옹기는 이제 백씨의 새로운 연구소다. /이윤정기자

전통 장 담그기/ 마을에서 전통 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백종광(40)씨가 옹기 뚜껑을 열어 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마당 한가득 장을 담근 옹기는 이제 백씨의 새로운 연구소다. /이윤정기자

한지로 부채 만들기/ 이수자선생이 운영하는 한지 체험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가 부채를 만들고 있다. 한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내려간다. 직접 만든 한지 공예품은 집으로 가져간다. /맹골마을 제공

한지로 부채 만들기/ 이수자선생이 운영하는 한지 체험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가 부채를 만들고 있다. 한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내려간다. 직접 만든 한지 공예품은 집으로 가져간다. /맹골마을 제공

유가공체험/ 마을에서 직접 목장을 하는 주민이 유가공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즘 단체 어린이 손님들이 가장 즐겨 하는 프로그램이란다. /맹골마을 제공

유가공체험/ 마을에서 직접 목장을 하는 주민이 유가공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즘 단체 어린이 손님들이 가장 즐겨 하는 프로그램이란다. /맹골마을 제공

보리수/ 마을에 매실만 그득한 것이 아니다. 곳곳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내놓는다. 길을 걷다가 보리수 하나를 뚝 따서 쓱쓱 소매에 문질러 입에 가져갔다. 탐스러운 모습만큼이나 달콤한 맛이 입안가득 퍼진다. /이윤정기자

보리수/ 마을에 매실만 그득한 것이 아니다. 곳곳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내놓는다. 길을 걷다가 보리수 하나를 뚝 따서 쓱쓱 소매에 문질러 입에 가져갔다. 탐스러운 모습만큼이나 달콤한 맛이 입안가득 퍼진다. /이윤정기자

맹골마을 종합안내도/ 마을의 주요 시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고 쉬엄쉬엄 마을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매화나무가 그득한 길을 산책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맹골마을 제공

맹골마을 종합안내도/ 마을의 주요 시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고 쉬엄쉬엄 마을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매화나무가 그득한 길을 산책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맹골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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