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들에 현장실습 대상이 되어 준 교육청 직원들…안마 기회 주고 쌓인 피로 풀고 ‘1석2조’

2018.10.01 22:06 입력 2018.10.01 22:07 수정

충북도교육청 사랑관 1층에 ‘어울림 휴’ 문 열어

실습 대상 찾기 힘든 장애인, 20~50대 대상 다양한 경험

하루 평균 3.5명 안마 받아…교육청 “다른 공공기관 확대”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충북도교육청 사랑관 1층 ‘어울림 휴(休)’에서 청주맹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2급 박모씨(47)가 도교육청 직원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충북도교육청 사랑관 1층 ‘어울림 휴(休)’에서 청주맹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2급 박모씨(47)가 도교육청 직원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충북도교육청 사랑관 1층. ‘어울림 휴(休)’라고 쓰인 곳에 들어가자 42㎡(12.7평) 크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침대가 놓인 작은방 2개가 있었고, 방 입구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방 한곳에서는 시각장애 2급인 박모씨(47)가 30대 중반의 도교육청 직원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손길이 직원의 목, 어깨, 팔 등을 지나자 직원은 “어우 시원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40분 정도 지나 안마는 끝났고, 박씨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청주맹학교에 재학 중인 박씨는 40세 때인 2011년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형체를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다. 그는 “시력을 잃고 절망하다 3년 전 청주맹학교에 입학해 안마사 자격증을 땄다”며 “좀처럼 실습 기회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이 만든 ‘어울림 휴(休)’가 시각장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 제공과 ‘직원복지’라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은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안마사 자격증을 소지한 청주맹학교 학생 박씨와 여학생 1명 그리고 산학겸임교사 1명이 이곳에 배치됐다. 박씨가 남자 직원을, 여학생이 여자 직원을 안마해준다. 이들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상주하며 이곳을 찾아오는 도교육청 직원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달 1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도교육청이 어울림 휴를 개소한 이유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실습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근 외국인 안마사들이 늘고 있는 데다 안마의자 등 안마장비가 대중화되면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실습 대상을 찾는 것도 어렵다.

박씨는 “학교에서 하는 안마실습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해 다양한 경험을 쌓기 어렵다”며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안마 실력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20~50대를 대상으로 실습을 해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험을 쌓아 작은 안마원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며 “시각장애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울림 휴 같은 장소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직원들은 산학겸임교사를 통해 최대 40분까지 예약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지난달 21일 현재 누적 이용객은 176명이나 된다. 하루 평균 3.5명이 안마를 받은 셈이다. 도교육청은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실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울림 휴를 지역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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