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도 감탄한 조선최고 독서광 김득신 아시나요?

2020.01.26 14:27

조선시대 소문난 독서광이자 시인이었던 백곡 김득신(1604~1684)은 같은 책을 석 달동안 읽고도 첫 구절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과거급제라는 꿈을 이뤄낸다. 또 시도 잘 써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충북 증평군이 김득신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증평은 김득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삼기저수지 인근 ‘김득신 쉼터’에 세워진 김득신 조형물. 증평군 제공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삼기저수지 인근 ‘김득신 쉼터’에 세워진 김득신 조형물. 증평군 제공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천연두로 머리 나빠져… 포기 않고 독서에 매진, 과거급제에 최고 시인 평가

증평에서 태어난 김득신은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김치(1577~1625)로 20살에 과거에 급제한 수재다. 동래부사를 거쳐 1625년 경상도관찰사를 지냈다. 김득신의 할아버지 역시 김시민(1554~1592)으로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에서 3800명의 병력으로 2만 명여의 왜적을 격퇴하고 전사한 명장이다.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난 만큼 김득신은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어릴 때 천연두를 앓으면서 지각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10살이 돼서야 글을 깨우쳤다. 글을 배운 이후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십구사략(十九史略)>을 석 달이나 읽고도 첫 구절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빴다. 공부를 포기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김득신의 고향인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에 세워진 ‘김득신 시비’. 증평군 제공

김득신의 고향인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에 세워진 ‘김득신 시비’. 증평군 제공

김득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없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가 34세 때부터 67세까지 읽은 책을 스스로 기록한 ‘독수기(讀數記)’를 보면 <사기> ‘백이전’을 1억3000번 읽었다. 당시의 1억은 10만을 뜻하는 단위여서, 지금 수치로 환산하면 11만3000번이다. 김득신은 자신이 1만번 이상 읽은 책만 독수기에 적었는데 무려 36권이나 된다.

‘독서광’ 김득신은 59세에 꿈에 그리던 과거에 급제했다. 성균관 학유를 시작으로 정선군수, 동지중추부사 등을 지냈다. 책을 많이 읽었던 만큼 그의 문장도 대단했다. 그의 대표적인 시 ‘용호’는 용산에 있는 정자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을 그림처럼 잘 묘사했다. 이 시를 두고 효종은 “백곡의 ‘용호’는 당나라 시에 견줄만 하다”고 했으며, 이식은 “백곡이 당대 최고의 문장”이라 극찬했다. 김득신 묘비에는 “배우는 이는 재능이 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마라. 한 가지를 이루려고 힘써라”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에 있는 김득신 묘소. 증평군 제공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에 있는 김득신 묘소. 증평군 제공

■김득신 정신 본받자…교육·문화 등 다양한 사업 추진하는 충북 증평군

충북의 한 지자체가 배움을 소중히 여긴 김득신의 정신을 계승하고 나섰다. 김득신이 태어나고 자란 증평군 이야기다. 증평군은 올해 김득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증평군은 우선 오는 2월 김득신 독서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독서활동을 마라톤에 비유한 것으로 2월부터 11월까지 읽은 책 권수에 비례해 인증서를 발급해 주는 대회다. 일정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에게는 김득신 관련 캐릭터 상품을 지급하고, 대출권수 확대 등 혜택도 준다. 만학도들을 위한 김득신 배움 학교도 운영한다. 초등 학력인정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4~11월 증평읍 송산리 보강천 미루나무 숲에서는 야외 도서관인인 김득신 책방이 열린다. 이밖에도 김득신 백일장과 김득신 진로캠프 및 진로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충북 증평군이 개발한 김득신 캐릭터. 증평군 제공

충북 증평군이 개발한 김득신 캐릭터. 증평군 제공

지난달 증평군은 45억원을 들여 증평읍 송산리에 ‘김득신 문학관’을 개관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연면적 1906㎡)로 건립된 이 문학관에는 김득신 관련 서적과 지역 문인들의 작품, 추천 도서 등이 비치됐다. 또 후손이 기증한 김득신의 유물 15점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문화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충북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에 개관한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전경. 증평군 제공

지난달 충북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에 개관한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전경. 증평군 제공

그의 묘가 있는 증평읍 율리 마을 입구에서 그의 묘소까지 이어지는 500m 구간을 ‘김득신 길’로 조성했다. 인근 삼가저수지 둘레길에는 책을 읽는 모습을 한 그의 동상을 세워놓았다. 증평군은 또 2018년 머리에 갓 대신 책을 쓰고 오른손에 책을 든 모습의 김득신 캐릭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캐릭터는 충북인삼농협, 증평양조장 등 지역 곳곳에서 사용될 정도로 인기다.

증평군 관계자는 “조선 최고의 독서광이라고 불렸고, 노둔했지만 공부에 매진해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등 김득신은 본받을 점이 많은 인물”이라며 “김득신을 지역대표 인물로 내세워 캐릭터로 만들고 교육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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