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명 살린 단양 ‘시루섬의 기적’ 아시나요

2021.07.26 14:33 입력 2021.07.26 21:50 수정

1972년 태풍으로 고립된 주민들의 사투 현장 ‘관광자원화’

충북 단양군은 26일 단양읍 증도리에 있는 ‘시루섬’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군은 26일 단양읍 증도리에 있는 ‘시루섬’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양군 제공

남한강변 범람해 44가구 고립
높이 7m 마을 물탱크 위 피신
청년들 스크럼 짜 약자 보호
14시간 사투 끝에 주민 구조

충북 단양군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에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황무지 섬이 있다. 단양읍 증도리에 속하는 이 섬은 시루 모양을 닮아 ‘시루섬’이라고 불린다. 1972년 태풍 ‘베티’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당시 주민 250여명이 고립돼 태어난 지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숨진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황무지 섬이 관광자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단양군은 시루섬을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단양군은 사업비 19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단양역에서 시루섬을 거쳐 맞은편 남한강변을 잇는 길이 600여m, 폭 1.5m 현수교를 만든다. 이 다리의 이름은 ‘기적의 다리’다.

‘기적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섬에 담긴 슬픈 역사 때문이다. 시루섬은 한때 44가구 250여명이 살며 서울을 오가던 소금 뱃길로 번성했다.

그러나 1972년 8월19일 베티로 인한 집중호우로 남한강이 범람했고 시루섬 주민들도 고립됐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들은 마을에 있던 높이 7m, 지름 4m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청년들이 밖에서 스크럼을 짜 노약자들을 보호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숨졌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혹여나 주민들이 동요할까봐 이 사실을 숨겼다. 14시간 사투 끝에 주민들은 구조됐고 그때서야 아이의 죽음을 알게 됐다.

베티는 하루 최대 강수량이 407.5㎜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에 물폭탄을 쏟아부은 태풍이었다. 당시 이 태풍으로 전국에서 5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그러나 시루섬에서는 아이의 희생으로 주민 250여명이 목숨을 건진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때를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250여명 살린 단양 ‘시루섬의 기적’ 아시나요

시루 모양을 닮아 시루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사람들 발길이 끊긴 황무지였으나 2017년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위 사진)을 조성한 데 이어 내년까지 단양역에서 시루섬을 거쳐 남한강변을 잇는 현수교 ‘기적의 다리’(아래)를 만들 계획이다. 단양군 제공

시루 모양을 닮아 시루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사람들 발길이 끊긴 황무지였으나 2017년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위 사진)을 조성한 데 이어 내년까지 단양역에서 시루섬을 거쳐 남한강변을 잇는 현수교 ‘기적의 다리’(아래)를 만들 계획이다. 단양군 제공

2017년 소공원·조형물 세워
이번엔 섬 연결 ‘현수교’ 추진
‘슬픔의 역사’ 관광으로 승화

시루섬의 슬픈 역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섬 일부분이 수몰되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섬도 6만㎡ 규모의 황무지로 변했다.

단양군은 2017년 시루섬이 내려다보이는 단양역 국도변 수양개유적로에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을 조성했다. 소공원에는 젊은 여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갓난 아기를 안고 있는 동상과 서로 꼭 붙어선 채 단단히 스크럼을 짠 주민들의 모습을 표현한 동판 등을 담은 조형물을 세웠다.

관광자원화가 본격화하면 시루섬에는 남한강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2.5㎞ 둘레길도 조성된다. 시루섬이 충주댐 건설 이후 수몰되면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만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단양군의 설명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루섬은 과거 소금 뱃길로 상인들의 뱃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부흥했던 지역”이라며 “시루섬과 남한강변을 잇는 다리가 완성되면 만천하 스카이워크, 단양강 잔도 등과 함께 단양의 관광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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