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택시 영업권’ 놓고 지역 갈등

2011.12.01 22:18
정혁수 기자

대전시 등 물량 이전 추진… 연기지역 택시업계 격앙

“아니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디 누구 맘대로 남의 땅(사업영역)에 들어와 장사를 한다는 겨. 사람들이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꼼수’를 부리면 절대 안뒤야.”

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택시승강장 부근에서 만난 운전기사들은 격앙돼 있었다. 최근 대전·공주 등에서 공급 초과된 택시물량을 세종시에 넘기려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내년 7월 출범하는 세종시는 연기군 전 지역과 공주시 3개 면·충북 청원 일부 지역 등으로 이뤄졌다. 연기군이 세종시 전체 면적의 84%에 달하면서 그동안 연기군에서 영업을 해오던 택시 운전사들은 ‘세종시 영업권’을 주장하고 있다.

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조치원역 앞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연기군 제공

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조치원역 앞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연기군 제공

반면 인근 자치단체들은 세종시에서의 택시영업을 연기군에 타진하면서 이 문제가 지역 간 갈등 요소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회사택시를 19년째 운전하고 있는 김모씨(43)는 “정부 부처 옮겨오고 사람들 이사오면 영업하기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만약 외지택시들이 들어온다면 그땐 ‘난리’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택시영업을 둘러싼 갈등 양상은 대전·공주 등 인근 지자체들이 연기군에 택시공급 논의를 요구하면서부터다. 대전시와 공주시는 현재 수요물량보다 택시공급이 초과된 상태다. 지난달 현재 대전 택시는 개인·법인택시를 합쳐 모두 8859대로 적정 대수(8804대)를 이미 넘어섰다. 이 때문에 업계와 대전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연기군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전시 관계자들은 택시 100여대(2~3개 법인)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시 경계를 넘어갈 때 발생하는 요금 20% 할증 문제를 놓고 대전 유성 노은·반석동과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지역을 공동사업구역으로 묶어 단일화하자고 요구했다.

연기군은 그러나 지역 재정여건과 택시업계의 처지를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순 연기군 교통행정계장은 “결국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택시공급 문제를 세종시에서 해결하자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건 ‘좋지 않은’ 생각으로 연기지역 택시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지역 택시업계도 연기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 9월 충남도에 택시 70여대를 세종시에 이관하는 문제를 요구했고, 공주지역 법인택시 2곳은 이미 4월에 세종시 편입지역인 공주시 장기면으로 등록지 주소를 아예 옮겨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기지역 운수업체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채식 세종운수 대표(49)는 “연기 택시영업권을 놓고 다른 자치단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지역 내 운수 종사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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