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남 ‘무상교복’도 제동…지자체와 ‘복지 갈등’ 고조

2015.12.01 22:43 입력 2015.12.01 22:45 수정

복지부 “소득 따라 차등 적용을”…이재명 시장 강행 시사

정종섭, 국무회의서 “과한 복지는 범죄” 박원순과 언쟁

협의없이 복지 땐 예산 깎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통과

보건복지부가 경기 성남시가 추진하려던 ‘무상교복’에 제동을 걸었다.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불수용에 이어 두 번째다. 복지부는 성남시의 무상교복 제도에 대해 수용 여부를 검토한 뒤 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재협의’를 결정해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복지부는 검토 결과서에서 ‘전체 학생이 아니라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재협의 결정이 나오면 해당 지자체는 제도를 수정한 뒤 정부에 다시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성남시는 내년 중학교 신입생 8800∼8900명에게 27억원의 예산으로 교복 비용을 지급하고 추후 고교 신입생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정부, 성남 ‘무상교복’도 제동…지자체와 ‘복지 갈등’ 고조

이날 국무회의에선 정부의 복지사업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내년 1월 시행되는 개정안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 정부(보건복지부)와 협의·조정 절차(사회보장기본법)를 누락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 많은 경비를 지출할 경우 교부세를 깎도록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성남시의 무상교복, 무상 산후조리원과 서울시의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 등을 겨냥한 입법인 셈이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박 시장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과 언쟁을 벌이며 충돌했다. 정 장관이 “지자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다”고 하자 박 시장은 “정책의 차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복지부가 지자체의 복지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성남시의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제도도 불수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서울시의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성남시는 복지부의 재협의 결정에 대해 ‘일방 강행 적극 검토’라는 카드로 맞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은 기자회견에서 “성남시민의 복지권과 성남시의 자치권을 지키겠다”며 “협의나 조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돼 복지부 재협의나 사회보장위원회 조정을 거부하고 성남시가 (독자적으로) 강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지 확대는 헌법과 법령에 의한 정부의 의무인데 복지부는 이를 오히려 축소하려 한다”며 “복지시책을 소득 등에 따라 차별해 실시할지 여부는 성남시와 시민, 시장과 시의회가 결정할 일이지 협의기관인 복지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 성남 ‘무상교복’도 제동…지자체와 ‘복지 갈등’ 고조

서울시도 취업준비생들에게 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을 두고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청년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로 해석, 정부와 사전조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이므로 협의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계획대로 청년수당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를 ‘협의되지 않은 사회보장제도’로 판단할 경우, 서울시는 연간 1000억원 규모인 교부금에서 내년 청년수당 예산 90억원이 삭감될 수 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사회보장제로 볼 수 있는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계획하고 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헌법이 규정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며 “지방의 독창적 사회정책을 가로막는 족쇄”라고 말했다.

김잔디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 간사는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명백하게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복지혜택을 늘리기 힘든 만큼 사실상 복지정책을 줄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지자체의 좋은 복지정책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면서 “정부는 지역 간 복지 형평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통일적인 방식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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