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염전 ‘소금전쟁’

2013.04.01 20:54 입력 2013.04.02 11:13 수정

값 치솟자 폐염전 주민 허가 신청…현재 업자 “폭락 부를 것” 반발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전남 신안 염전에서 생산량을 둘러싸고 때아닌 ‘소금전쟁’이 벌어졌다. 천일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염전을 그만뒀던 주민들이 잇따라 소금생산에 나서자 현 생산업자들이 “소금값 폭락을 불러올 긴급상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종선씨(55·신안군 비금면) 등 주민 9명은 1일 “염전 신규허가 신청을 거부한 신안군을 상대로 전남도에 행정심판을 내 이겼다”면서 “신안군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씨 등은 염전을 폐쇄한 지 11~14년 된 옛 소금생산업자다. 당시 이들은 정부의 염전 구조조정에 따라 10년 이내에 재개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000평)당 250만원을 받고 염전을 그만뒀다.

그 제한기한이 지나자 이들이 모두 23㏊ 소금밭을 다시 일구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씨는 “그동안 폐염전에 함초를 심어 겨우 생활을 해왔는데 소금이 훨씬 경쟁력이 높아 업종전환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씨(53)도 “신안군이 현재 기존업자 편을 들어 이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생산자 단체인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는 신규허가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한 해 천일염 35만여t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5%다. 국내 식용소금 소비량(100만t)의 35% 이상을 생산하는 셈이다.

이들은 “9명이 생산하게 되는 물량이 약 2500t에 불과하지만 소금값 폭락을 부추기는 동기가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국내 천일염 생산량이 35만t이 넘으면 어김없이 중국·베트남 산 소금을 집중적으로 내놔 소금시장을 교란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형기 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이런 불안한 소금시장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구나 이번에 허가가 날 경우 허가신청이 봇물을 이루면서 소금생산업이 자칫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신안군에는 현재 400여명 소유의 폐염전 276㏊가 있다.

박 회장은 “불합리한 소금시장 구조 아래에서 이들 폐염전이 다시 생산에 나선다면 소금생산업자 모두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안군 관계자는 “지역경제 발전과 개인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충돌해 허가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 염전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햇소금이 생산되고 있다. 이 소금의 출하가는 30㎏에 1만원 안팎으로 3년 전 48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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