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봉긋한 오름을 배경으로 순백의 메밀꽃이 소복이 내려앉은 풍광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가을 제주의 비경이다.
강원 봉평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소문났다면 제주는 국내 최대 메밀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최대 메밀 생산지답게 가을을 맞아 제주 곳곳에 조성된 메밀밭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주시 오라동 산 76번지. 5·16도로와 1100도로를 잇는 산록북로에 자리한 메밀밭은 전국에서 단일 규모로는 최대(99만㎡)다. 해발 6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 저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민이 급증하면서 곳곳에는 대형 돌하르방과 해녀상을 설치한 포토존도 있다. 지난 9월9일부터 10월10일까지 ‘제주오라메밀꽃 축제’가 열리는 중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메밀밭은 제주공항에서 동남쪽 방향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성읍리는 성읍민속마을, 성산일출봉 등 관광지가 집중적으로 몰린 곳으로, 메밀꽃 풍광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제주 영농조합법인 보롬왓은 9월29일부터 10월5일까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3229-4번지에서 <보롬왓 메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전후 가족단위 관광객부터 연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달빛아래 그림책 읽어주기, 메밀밭 사잇길 쥐불놀이 체험, 소원 풍선 날리기 등이 있다.
이 곳 이외에도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165번지 일대에도 3만3000㎡의 메밀밭이 조성됐다. 와흘리는 메밀마을이라는 별칭이 있다. 신혼부부 또는 관광객의 사진 찍기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 항파두리 토성 주변 일대도 1만2000㎡ 규모의 메밀밭이 조성돼있다.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은 전국의 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연 2회 메밀 재배가 가능하고, 제주의 청정이미지와 결합해 ‘제주메밀’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6차 산업으로의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메밀가루를 반죽해 지진 전에 무채를 넣고 말아 만든 ‘빙떡’을 즐겼다. 꿩메밀국수 등과 같은 독특한 메밀요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