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옥외광고도 ‘G20’마크만 붙이면 합법?

2010.11.14 20:51

대기업 건물마다 ‘G20 곁들인 기업체 홍보’ 현수막 도배

자치구 “국가 행사” 과태료 부과 안해…월드컵 때와 딴판

지난 12일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전후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시내 곳곳에 내건 광고들을 두고 설왕설래다.

자치단체들이 그동안 옥외 불법 광고물에 대해 현행법 위반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했으나 이번에는 제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내 자치구들에 따르면 G20 관련 옥외광고 중 철거 명령 혹은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대기업들은 자사 소유 건물 외벽에 G20 정상회의 전부터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 등 회의를 상징하는 문구와 함께 청사초롱 그림, 기업체 로고를 새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실제 G20의 본 행사장이었던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 한국전력 본사에는 지난달 21일부터 가로 112m, 세로 58.5m짜리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은 건물 아래 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창문을 가렸다. 코엑스 옆 무역센터도 55층 건물의 3분의 1 이상이 광고물로 뒤덮였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는 지상 23층 건물 중 9개 층이 G20 청사초롱 마크와 함께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보생명이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행사 전부터 내걸렸다. 인근 방송통신위원회 건물도 지상 15층 중 6개 층이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 주관통신사업자 alleh KT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덮였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환승센터 주변 고층 건물들에도 6개 층 이상의 창문을 덮는 광고들이 부착됐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외벽 광고 현수막은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 수 있다. 인쇄물 혹은 현수막으로 건물 벽면을 덮는 ‘래핑(Wrapping) 광고’는 불법이다.

관할 구청은 광고 철거를 계고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

구청들은 이 같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지난 여름 남아공 월드컵 기간 건물 외벽에 대형 광고물을 설치했던 기업들에 줄줄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구청들은 그러나 이번 G20 광고는 월드컵 때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공익성이 강한 데다 부착 기간이 짧아 실질적으로 철거 명령을 내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옥외광고물을 단속할 때 보통 상업 광고에 대해 부과하는데 이번 건은 국가적 행사였다”며 “G20 준비위원회에서 ‘행사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공문도 사전에 내려왔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월드컵 때는 광고를 부착한 기간이 길었다”며 “G20 광고물은 시정명령을 내리기 전에 행사가 끝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철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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