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신재생에너지 만드는 마을

2016.09.20 23:04 입력 2016.09.20 23:08 수정

미래 세대 위해…‘에너지 자립’을 팝니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서울상도유치원 옥상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다. 성대골에서 에너지 전환운동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100여가구가 지붕이나 옥상, 아파트 베란다 등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서울상도유치원 옥상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다. 성대골에서 에너지 전환운동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100여가구가 지붕이나 옥상, 아파트 베란다 등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에 의존하지 않는 삶은 가능할까. 서울 동작구 성대골(상도3·4동)은 이 물음에서 출발해 ‘에너지 전환운동’을 벌이는 마을이다.

지난 12일 오후 성대골에 있는 ‘에너지슈퍼마켙’을 찾았다. ‘켙’의 받침 ‘ㅌ’은 에너지(Energy)의 알파벳 앞글자 ‘E’를 뜻한다. 7평 남짓(23㎡)의 가게에선 친환경 단열재, 고효율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절전형 멀티탭, 태양열충전기 등을 팔고 있었다.

성대골 주민들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그해 말 ‘에너지 절전소’ 운동을 시작했다.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 문제를 고민하는 주민들이 모였다. 어린이도서관 벽면에 70여가구의 ‘전기사용량 그래프’를 그려가면서 에너지 절약 실천에 들어갔다. 높은 건물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 태양광 패널도 쉽게 설치할 수 없는 도시에선 ‘에너지 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동작구의 연평균 1인당 전기사용량은 약 4.7% 늘었지만 성대골은 약 3.4% 줄었다.

2012년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성대골 주민들은 2013년 11월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을 꾸리고 이듬해 1월 ‘에너지슈퍼마켙’을 열었다. 주민 34명이 참여하는 조합은 각 가정을 방문해 에너지 사용 컨설팅도 해주는데, 지금까지 3000가구가 넘었다.

성대골 ‘에너지슈퍼마켙. 동작구 제공

성대골 ‘에너지슈퍼마켙. 동작구 제공

김소영 조합 대표(46)는 “현재처럼 전기와 석유에 의존하는 생활방식으로는 기후변화와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생활방식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마을 사업이 활발하다. 주민들은 방과후 대안학교인 마을학교를 열어 아이들에게 에너지 관련 동아리활동을 지도하고, ‘비전력놀이연구소’ 모임을 통해 전기 없이 할 수 있는 놀이를 연구한다. 주민들이 2012년 국사봉중학교에 제안한 에너지교육은 2014년 정규 수업으로 채택돼 2학년 6개반 학생들이 매주 1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지난 2일 상도3동 성대전통시장에서 에너지문화거리축제가 열려 1000여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은 축제에서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한 연극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성대골은 에너지란 단어가 일상으로 들어온 마을”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동네 낡은 주택 30여가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패시브하우스’로 고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37명이 참여한 성대골햇빛발전협동조합 추진위원회에서는 모금을 받아 학교 옥상 등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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