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0년간 만든 철쭉동산 등 휴식공간, 33층 아파트에 가로막혀 훼손될라”

2022.04.17 20:35 입력 2022.04.17 20:37 수정

옛 노원자동차학원 부지에

고층 아파트 추진 움직임

“서울시, 용도변경 불허를”

불암산 인근 주민들 호소

불암산 자연경관 보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승록 노원구청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15일 서울 노원구 철쭉동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옛 노원자동차학원 잔여부지 내 고층 아파트 개발 계획과 관련해 서울시의 반대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불암산 자연경관 보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승록 노원구청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15일 서울 노원구 철쭉동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옛 노원자동차학원 잔여부지 내 고층 아파트 개발 계획과 관련해 서울시의 반대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중계주공 2단지와 4단지 사잇길을 지나 불암산 자락으로 가까이 가면 철쭉동산이 보인다. 무장애 산책길에 산철쭉 10만주를 심어 봄이면 분홍빛으로 물드는 곳이다. 바로 옆 나비정원과 생태학습관을 끼고 불암산 둘레로 2㎞ 넘게 이어진 순환산책로를 따라서 걸으면 유아숲체험장, 산림치유센터까지 들를 수 있다. 10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도 보인다.

노원구가 10년에 걸쳐 조성한 중계동 ‘불암산 힐링타운’이다. 도심 근처에서 자연과 접하며 재충전하는 지역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꼽힌다. 지난 15일 동산은 이제 막 철쭉 개화가 시작돼 봄기운이 가득했지만 이곳에 모인 주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결사반대한다. 철쭉동산 코앞에 고층 아파트가 웬말이냐” “자연경관 훼손하는 도시계획 변경 불허하라”. 주민들은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암산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노원구 등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A사는 지난해 불암산 앞에 위치한 옛 노원자동차학원 부지를 950억원에 매입했다. 중계동 동북선 도시철도 차량기지 공사장 인근에 1만㎡가 넘는 땅이다. A사는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을 신청해 33층짜리 아파트 2개동을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계동을 비롯한 노원구 주민들은 지난달 ‘불암산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주민 휴식공간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 만든 힐링타운이 민간 개발로 훼손되게 될 위기에 처했다”며 “불암산과 나비정원은 노원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의 것으로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학원 부지와 주변 구역은 장기간 방치돼 무허가 건물 음식점이 즐비했고, 쓰레기와 폐자재가 쌓여 만성 민원에 시달려온 곳이다.

꾸준한 노력으로 자연 친화적으로 바꿔 이제야 시민 공간이 됐는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불암산 조망은 물론 어렵게 복원한 자연 경관마저 해치게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판단이다.

오 구청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는 아파트를 지어 놓고 돈을 벌어 이곳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노원구민은 아파트에 가로막혀 조망권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한 달간 노원구 곳곳에서 고층 아파트를 막기 위한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A사가 원하는 대로 고층 아파트 건축을 하려면 서울시의 용도지역과 도시계획시설 변경 허가가 필요한 만큼 이를 사전에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노원을)은 “33층 아파트를 지어 구민들이 애써 만든 자연과 환경의 가치로 돈을 벌겠다는 민간업자를 보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사는 아직 용도변경 등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7일까지 A사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불암산 앞 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 등과 관련한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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