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치솟자 농산물 절도 ‘기승’…농민 ‘이중고’

2010.10.01 19:47

차떼기 절도에 텃밭 배추모종 훔치는 좀도둑까지'

"폭염.폭우로 채소농사 망친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올해 잦은 비와 태풍 등 악기상으로 배추 등 채소 작황이 최악의 상태에 빠지고 이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도둑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채소값이 치솟자 차떼기로 배추를 훔치는 것은 물론, 이제 갓 싹을 틔운 배추 모종과 텃밭에서 키운 통마늘, 채소까지 싹쓸이로 훔쳐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낮 12시17분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어모(63)씨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42만원 상당의 배추 420여 포기를 1t 화물차에 싣고 달아나려 한 이모(73.서울 영등포구)씨 등 3명이 밭 주인에게 덜미가 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이씨 등은 훔친 배추를 포댓자루에 넣은 뒤 채모(65.경기 부천시)씨의 1t 화물차에 옮겨 싣던 중 밭주인인 어씨에게 발각돼 덜미가 잡혔다.

밭주인 어씨는 산지에서 포기당 1천500원에 거래되는 '상품'의 고랭지 배추를 출하한 뒤 1천원에 거래되는 '하품'의 배추를 추가로 판매하려고 밭에 쌓아두었다가 도둑을 맞았다.

다른 채소값도 치솟으면서 텃밭의 농산물까지 훔쳐 달아나는 좀도둑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A(60)씨가 햇볕에 말리려고 대문 앞에 내놓은 3만원 어치(5㎏ 분량)의 통마늘을 들고 달아나던 주부 최모(50.여)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버린 마늘인 줄 알고 가져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조사결과 최씨는 이달 들어 4차례에 걸쳐 일대 이웃집에서 양파와 태양초 고추 등 김장재료와 한약재료 등 170만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8시께는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노송지구대에 송모(78.여) 할머니가 찾아와 텃밭에 파종한 배추모종 120여개(1만2천원 상당)를 도둑맞았다며 순찰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송 할머니는 동네 개천의 구청 소유 자투리땅에 배추 종자를 파종해 싹 틔운지 5일밖에 안됐는데 추석 연휴가 끝나고 5~6일 지나 가보니 배추모종이 몽땅 사라졌다며 황당해했다.

송 할머니는 "배추값이 비싸다지만 텃밭에 심은 모종까지 훔쳐가다니 씁쓸하다"며 발길을 돌렸다.

원주시 행구동 1천300여㎡ 밭에서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모(64)씨도 지난달 초 애써 가꿔온 상추와 무 수십개를 도둑맞고는 허탈해 했다.

또 지난달 초 원주시 행구동에 텃밭을 개간해 가족 주말농장을 시작한 전모(54)씨도 수확을 앞둔 파, 상추 등 농산물 일부를 도난당했다.

사정이 이렇자 지자체와 경찰은 농촌마을 입구에 이동식 CCTV를 설치하거나 검문을 강화하는가 하면, 첨단 장비를 개발하는 등 농산물 도난 예방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최근 농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자 농촌지역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마을 진.출입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농장의 내외부에 설치된 적외선, 레이저, 열 감지 센서 등 첨단 IT 기술을 이용한 농작물 도난방지장치를 개발, 지난달 30일 홍천군의 한 농장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이 장치는 침입자가 농장에 접근하면 이를 감지해 경고방송을 울리고 농장주의 휴대전화로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진흥청은 현장평가회를 거쳐 빠르면 내년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배추를 도둑맞을 뻔 한 평창군 주민 어씨는 "올해는 유난히 극심한 폭염과 폭우로 최악의 흉작을 겪었다"며 "이처럼 갖은 악조건 속에서 어렵사리 수확한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는 농민이 1년간 쏟아낸 피와 땀을 송두리째 도둑질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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