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회 코미디 같은 예산안 처리

2011.01.01 10:13

툭 하면 쇠사슬·점거 농성..반복되는 갈등과 반목
시민·공무원 "부끄럽다"..시의회에 자성 촉구

"성남시 내년도 수정예산안 찬성 16, 반대 16, 기권 1..."

성남시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여야가 대립해온 시립병원예산 124억원을 뺀 수정예산안에 대한 의원 투표 결과가 본회의장 모니터에 나오자 한나라당 소속 장대훈 의장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실수로 투표를 하지 않은 장 의장만 제대로 찬성투표를 했다면 한나라당이 그토록 반대했던 시립병원 예산이 빠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회 34석 가운데 다수인 18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에 눌려 시립병원 예산을 포기했던 민주당(15석)과 민노당(1석)은 뜻하지 않은 결과에 환호했다.

당황한 장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한나라당은 3시간 만에 일부 예산을 고친 재수정안을 긴급발의해 가결하려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수정안 부결은 곧 원안 자동 가결을 의미한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재수정안을 가결하려고 재적의원 과반(18명)에 한 명이 모자라자 제주도에 간 한나라당 황모 의원을 긴급히 불러들였다.

한나라당은 임시회 개회 13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1시 35분께 황 의원이 본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민주.민노당 의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곧바로 재수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 1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하루종일 파행을 거듭한 끝에 애초 목적했던 성남시립병원 예산을 삭감하면서도 국내 최초로 준예산 운용 지자체가 될뻔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성남시의회의 파행적인 의회운영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6년에도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두고 한바탕 난리를 폈다.

그해 12월 20일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시의원 3명은 시의회 본회의장 출입문 4개를 자전거용 자물쇠로 잠그고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았다.

본회의장 밖에서는 나머지 열린우리당 및 민주노동당 소속 시의원 12명이 집기로 통로를 막고 '시청이전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성남시가 수정구 태평동 시청사를 여수동 현재의 신청사 자리로 이전하기 위한 예산을 재상정해 표결처리하려고 하자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본회의장 진입을 못한 한나라당 의원 20명은 결국 시의회 자료실에 모여 시청 이전 예산 271억원을 포함한 2007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올해 1월 21일 행정구역 통합안 처리 때는 본회의장에 쇠사슬이 등장하는 등 '막장 의회'의 모습이 극에 달했다.

한나라당이 행정구역 통합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민주.민노당 의원 10여명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기습점거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22일 새벽 의회 사무국 직원 등을 동원해 야당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고 단독으로 통합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통합안의결 무효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성남.광주.하남 통합이 무산되면서 여야 모두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사안마다 폭력과 대립만 난무하며 전국적인 '말썽꾼(trouble maker)'으로 낙인 찍힌 성남시의회의 행태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 이모(36.회사원)씨는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일만 생기면 서로 싸우는 의회의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며 "이제라도 자성하고 여야가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시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남시 공무원도 "국회를 따라하는 것도 아니고...자꾸 싸우는 모습만 비치는 것 같아 시민 보기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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