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제3자 변제안, 반민족 매국행위···동냥한 돈 절대 안 받는다”

2023.03.06 15:47 입력 2023.03.06 16:37 수정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일본 사죄가 먼저”

시민단체 “윤석열 정권 역사 퇴행…좌시 않을 것” 반발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 발표를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고귀한 기자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 발표를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고귀한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 동냥해서 받는 돈은 절대 안 받으련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6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 발표를 예상한 듯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지켜봤다.

그는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사죄를하고 배상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같이(정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어려움을 헤쳐나갈 생각을 해야지 자기들(정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은 받아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설득하러 오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지만, 자기들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모임은 이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날 오후 2시 23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과 함께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한민국 행정부가 사법화 판결을 무력화시키고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제2의 을사늑약’이자 반민족적 매국 행위이다”라고 규정했다.

6일 오후 강제동원시민모임과  23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6일 오후 강제동원시민모임과 23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그러면서 “정부는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구실을 달았지만 결국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완성을 위해 일제 피해자들을 제물로 다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민족의 존엄을 팽개친 윤석열 정권의 역사 퇴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를 잡은 양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빨리 대통령이란 옷을 벗고 나가서 일반 시민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잘 뉘우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특히 “반드시 일본이 먼저 사죄를 한 다음 다른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돈 때문이었다면 진즉 포기했다. 사죄 받기 전까지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할머니는 2018년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14명 중 1명이다. 생존자는 양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등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 판단에 불복해 배상을 미루는 사이 숨을 거뒀다.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126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만 551명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생존자들은 2019년 4034명, 2020년 3140명, 2021년 2400명, 2022년 1815명 등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국언 일본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피해자들은 전부 고령으로 하루하루가 고비다”면서 “일본에게 사과를 받겠다는 그 말이 그토록 어려운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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