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씨 자살 ‘조직보호냐 결백 항변이냐’

2000.11.01 01:31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인물인 장래찬 국장이 끝내 죽음의 길을 택했다. 그를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원인은 무엇일까.

검찰은 장씨가 남긴 유서를 정밀검토한 결과 뚜렷한 자살동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장씨의 자살동기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장씨는 “유서”라고 기재된 첫장에서 “저로 인하여 직원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모든 죄가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하여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또 유서 중간에도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겨놓고 저는 저 세상으로 가겠습니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같은 문구들은 자신이 몸담아 온 금감원이란 조직과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음을 결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장씨는 자신보다 윗선의 간부들까지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금감원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장씨의 자살은 주변 사람들의 명예를 위해 자살을 선택한 ‘순교자적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백소장은 또 “이같은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은 평소 자책감이 많은 유형”이라며 “분노나 증오감이 다른 사람을 향해 분출됐다가 다시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록히드 수뢰사건 당시 다나카 전 총리의 비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목숨을 버린 것이 비슷한 사례라는 것이다.

장씨의 유서를 들여다보면 죽음을 통해 개인적 명예를 지키고 결백을 입증하려 한 흔적도 드러난다.

즉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매입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목적이 자신의 축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재무부 재직시절 가까이 지냈던 이모씨(사망)의 유족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장씨는 자살 직전 극도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서 첫장 뒷면에 “경위서(자수용)”라고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처음에는 자수를 위해 경위서를 쓰다가 나중에 마음을 바꿔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장씨의 형인 래형씨(61)도 “동생이 숨지기 전날인 30일 밤 전화를 걸어 와 검찰에 출두할 의사를 밝혔다”고 말해 장씨가 막판에 자수와 죽음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김민아·손승욱·정성엽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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