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흔든‘모래성 경영’단죄 칼날

2001.02.01 19:19

4개월여간 계속돼온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가 급류를 타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수사 착수 이후 처음으로 1일 계열사 전 사장 3명과 공인회계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달 중순 관련자들을 일괄기소한 후 김우중 전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과 로비의혹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사법처리 배경과 규모=검찰이 이날 전격적으로 대우전자 전주범·양재열 전 사장과 대우통신 유기범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재벌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대규모 적자를 흑자로 위장해 신용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행위 자체가 중대범죄인 데다 이런 기업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까지 투입됐다는 점에서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를 놓고 고심해 왔다. 주범 격인 김우중 전 회장이 해외체류중인 상황에서 오너의 지시에 따른 죄밖에 없는 전문경영인들을 구속해야 할 것이냐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전회장이 국내에 있었다면 김전회장만 구속하고 다른 관련자들은 불구속기소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결국 김전회장의 귀국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계열사 전직 사장들의 목에 칼끝을 들이댄 것이다.

검찰은 2일에도 (주)대우·대우자동차·대우중공업 전·현직 사장급 인사 4∼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밖에 회계담당 실무임원과 공인회계사 중 상당수는 불구속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고발해온 대우 전·현직 임원 21명과 회계사 4명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혀 사법처리 대상자는 3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계열사 전 사장들이 사기로 대출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몰수·추징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비자금·로비 수사전망=검찰은 비자금 조성 및 로비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확전(擴戰)을 바라지 않는 표정이 역력하다. 검찰은 그러나 주요 계열사의 회계장부를 샅샅이 뒤지는 과정에서 (주)대우의 영국 현지법인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확인한 해외 비자금이 9조원 규모에 달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김전회장이 대규모 차입을 통해 외형 부풀리기 위주의 경영을 해온 데 비춰볼 때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우같은 기업이 정·관계에 ‘보험’을 들어놓지 않았을 리 없다”며 “‘김우중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다. 검찰은 김전회장이 귀국하지 않고 있는 데다 영국에까지 우리 수사력이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변호사 등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인 정희자씨와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포천 아도니스골프장이 대우 계열사의 자금지원으로 건설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김전회장과 친·인척의 국내 재산에 대한 수사가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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