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뇌물’못밝힌채 수사끝

2001.04.01 18:56

검찰이 1일 전 정통부 장관인 이석채씨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PCS사업자 선정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로써 현 정권 출범 직후 검찰이 의욕적으로 벌였던 문민정부 3대 경제실정 비리 수사가 3년6개월 만에 종결됐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던 강경식 전 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무죄판결을 받은 전례로 볼 때 이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이씨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기까지 검찰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씨가 당초받은 혐의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2가지. 하지만 PCS사업자 선정과정에서 LG텔레콤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3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초반에 깨졌다. LG측 관계자들이 98년 수사때와는 달리 “돈을 준 적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난감해진 검찰은 이씨의 계좌에 3천만원이 입금된 계좌추적 결과를 들이대며 추궁했으나 이씨는 “개인 돈으로 모증권사에 있던 친구에게 맡겼다가 미국 출국 직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뚜렷한 물증과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이씨에게 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검찰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무리를 해서라도 직권남용 혐의 하나만으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됐다. 이씨가 정통부 장관의 합리적 재량권을 넘어선 결정을 했다는 의심은 들지만 LG측에 유리하도록 심사방식을 변경한 의도와 절차상 하자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이씨는 “특정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따른 것”이라며 범의(犯意)를 강력 부인했다. 그는 변호사의 조력도 없이 시종 강한 톤으로 혐의사실을 부인했으며 병세가 악화된 모친과의 면담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씨 귀국 직후 터져나온 검찰과의 ‘사전교감설’은 검찰의 운신을 더욱 좁게 했다. 영장마저 청구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검찰은 법원에 공을 떠넘기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어차피 직권남용이 객관적 사실관계보다는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향에 기댄 셈이다. 하지만 검찰의 의도대로 공소유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길근기자 mi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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