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富대물림 ‘뿌리뽑기’ 단호

2003.12.01 18:22

검찰이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을 정식 기소한 것은 비상장 주식을 통한 재벌의 편법 상속과 부(富)의 대물림 구조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향후 검찰수사가 이재용씨의 CB 매입 자금 출처조사와 함께 삼성 비서실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 여부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여진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단호한 검찰=검찰이 2000년 6월 고발장이 접수된 후 3년6개월을 끌어온 것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을 대상으로 한 수사인데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된 것도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이 이같은 한계를 딛고 ‘법대로’ 처리 방침을 굳힌 것은 비상장 주식거래를 통한 재벌의 그릇된 관행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용씨를 비롯한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명이 에버랜드 CB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최소 9백7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에버랜드의 터무니없는 주가 산정에서 허점을 찾아냈다. 검찰은 에버랜드가 93~96년 사이 3차례에 걸쳐 관계사와 주식 거래를 할 당시 가격이 8만5천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수사가 급진전됐다. 재용씨가 CB를 전환한 2년 뒤 에버랜드 주식이 주당 1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이번 사건을 불기소할 경우 예상되는 ‘삼성 봐주기’라는 부담도 전격 사법처리한 배경의 하나다.

◇우려되는 후폭풍=CB 저가 발행을 주도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2명이 우선 사법처리됐지만 검찰 수사는 이제 시작단계로 볼 수 있다. 사건의 단초가 된 CB 저가발행을 검찰이 문제삼은 이상 피고발인 신분인 삼성 관계사 임직원 31명과 이건희 회장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사의 핵심은 삼성 비서실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 여부와 함께 재용씨 연루 여부에 맞춰져 있다. 삼성이 재용씨에 대한 경영권 세습을 위해 조직적으로 계열사의 실권을 유도한 뒤 이회장 일가에 ‘몰아주기’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재용씨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받으면 자금형(돈으로 형을 대신하는 것)이나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버랜드 CB 발행이 7년 전의 일로 관련 서류 확보나 조직적 공모를 밝혀줄 결정적 물증 확보가 여의치 않아 최종 수사결론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주기자 s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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