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시행정 실패 ‘쉬쉬’

2004.06.01 19:00

검찰이 1997년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을 1개월여 전 슬그머니 중단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작할 때는 “자녀들의 등·하교길만큼은 검찰이 책임진다”고 큰소리쳤던 캠페인은 결국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도 묻지않은 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1개월 전 송광수 검찰총장이 검찰이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가능한 한 모두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려 이 캠페인을 그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97년 8월 취임한 김태정 검찰총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왕따’ 같은 학교폭력과 교사의 비교육적 체벌 등을 없애고, 학교 주변의 유해 환경을 제거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전시 행정이라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출발은 매우 거창했다.

검찰총장 집무실에 24시간 신고 전화를 설치하고 대검 강력부를 필두로 전국 지검과 지청에 학교 폭력 전담 부서를 운용하는 등 검찰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첫 해에는 검찰 자체 평가로 학교폭력이 20% 줄고 윤락업소 등 청소년 유해업소 업주 2,088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연인원 1백30여만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으며 해외에도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교체되면서 업무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1999년 이후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학교 폭력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지금은 검찰에 신고 전화조차도 거의 접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캠페인을 담당했던 한 검사는 “국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경찰이나 시민단체가 담당할 일을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이 직접 하겠다고 나서 (검찰의) 모양새도 우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대신 종교인과 기업인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는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국민재단’(iss2828.or.kr)을 측면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신고전화(전국 공통 1588-2828, 서울은 3480-2828)도 그대로 유지된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