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단죄했지만 21兆 회수는 막막

2006.05.30 18:19

법원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분식회계, 사기대출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단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30일 재판부로부터 ‘징역 10년, 추징금 21조원’ 등의 선고를 받은 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법정을 나서고있다. /남호진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30일 재판부로부터 ‘징역 10년, 추징금 21조원’ 등의 선고를 받은 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법정을 나서고있다. /남호진기자

◇판결 의미는=김전회장의 주요 혐의는 ▲21조원의 분식회계 ▲9조4천억원의 사기대출 ▲해외금융조직인 BFC를 이용해 4조원 해외 불법송금 ▲BFC의 김전회장 개인계정 통해 1억1천5백만달러 횡령 등이다.

이중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해외 불법송금은 이미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공범인 강병호 전 대우사장 등 대우 임직원 7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확정된 부분이다.

재판부는 “경영판단이나 당시 어쩔 수 없는 관행이었다는 김전회장 주장은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한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검찰과 김전회장측이 공판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툰 부분은 횡령혐의다. 대우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불명예는 질 수 없다는 것.

김전회장은 “BFC의 KC(King of chairman)계정에 입금된 돈은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우중씨 단죄했지만 21兆 회수는 막막

그러나 재판부는 “BFC에 입금된 자금 중 일부 영국 항공사와 일본의 한 은행으로부터 입금된 자금은 회삿돈이 아닌 김씨 개인 돈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김씨가 BFC계좌에서 많은 액수의 자금을 인출해 쓴 상황에서 일부 개인자금이 들어왔다고 해서 횡령행위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미 오랜 기간 개인돈과 회삿돈이 뒤섞여 관리된 이상 일부만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화이트 칼라’ 범죄 엄단에 대한 재판부의 의지도 엿보인다. 재판부는 김전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향후 분식회계나 사기대출 등 경제구성원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에는 중한 처벌이 따른다는 점을 사회에 일깨워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환율 따라 추징금도 출렁=지난 9일 결심에서 검찰이 김전회장에 대해 구형한 추징금은 23조3백58억원. 이는 지난해 4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금액이다. 그러나 오늘 재판부가 선고한 추징액수는 21조4천4백84억원이다. 무려 2조여원이 내려갔다.

이는 환율 때문이다. 원화강세로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김전회장의 추징금 액수도 같이 내려간 것. 추징금은 판결선고시 가장 가까운 날을 기점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선고 전날인 29일 달러당 947원을 기준으로 추징금을 매겼다.

반면 23조3백58억원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 상고심의 특성상 항소심 판결이 있던 2002년 11월에 계산된 액수다. 당시 추징금은 달러당 1,207원으로 계산됐다.

추징금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환율에 따라 추징금도 조 단위로 왔다갔다한 셈이다. 김전회장 측이 항소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추징액수는 항소심에서도 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전회장으로서는 당분간 원화강세가 이어지는 게 유리할 듯하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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