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재갈물리기 제동”…미네르바 무죄 판결

2009.04.20 18:20 입력 2009.04.21 00:36 수정

시민단체·네티즌 “당연한 판결”…보수단체 “대법원 가봐야”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네티즌은 ‘미네르바’ 박대성씨(31) 무죄 판결에 대해 “매우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정부의 일방적인 ‘인터넷 재갈 물리기’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보수단체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까지 기다려 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인터넷의 일상적인 표현 행위를 공권력으로 제압하려는 정부의 ‘인터넷 재갈 물리기’ 정책기조가 우리 헌법과 현행법에 위반한다는 확인을 해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권위주의 국가의 특징인 ‘과잉범죄화’에 대해 사법부가 견제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민주화되지 않은 국가는 형사권을 남용해 모든 것을 범죄로 만들어 처벌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무죄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시민들의 말과 행동을 제약하는 ‘냉각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과잉범죄화에 따른 냉각효과는 이미 충분히 작동됐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도 “형법에는 보충성, 최후수단성이 있다.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에만 개입해야 하는데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해 무리하게 범죄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죄’의 맹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죄가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남용돼 왔다”면서 “이번 재판은 결국 허위사실 유포죄가 ‘악법’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들은 신중한 반응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윤창현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의도와 달리 결과가 나쁘다면 처벌해야 한다. 2심에서는 미네르바가 끼친 영향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의 이헌 공동대표는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미네르바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며 “처벌해야 한다면 다른 법조항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변철환 대변인은 “기소 방향이 너무 포괄적이었다. 허위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변의 송 변호사는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행정부 정책에 대해 중요한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면서 “최근 인터넷 사이트 ‘구글’의 실명제 거부에 대해 정부가 조치한다고 했는데, 정부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판단해 이후 정책 결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법 추진되는 ‘사이버 모욕죄’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티즌은 검찰과 정부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토로했다.

네티즌 ‘세상밖으로’는 인터넷 포털 다음 게시판 ‘아고라’에 “이번 판결을 한 판사에게 무슨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당연한 결과가 특별 뉴스로 취급되는 대한민국이 재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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