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지대 도둑’ 전국 16곳 확인…검찰 수사의뢰

2011.04.01 18:25
이범준 기자

전국 법원 직원들의 인지·증지 빼돌리기를 감사 중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혐의를 부인한 직원 10여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경향신문 4월1일자 1·12면 보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감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면서 수사시기를 놓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1일 ‘인지·증지 빼돌리기’ 관련 자료를 내고 중간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대법원은 “전국 16개 법원(지방법원 4곳, 지원 7곳, 시군법원 5곳)에서 9억6972만원어치 인지가 뜯겨나가고, 3260만원어치가 재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의 지방법원·지원·시군법원 151곳에서 5000건씩 표본조사를 하고 훼손 사실이 발견된 곳에서는 전수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비위 행위를 인정한 7명 중 2명을 파면하고 4명을 징계에 부쳤다고 밝혔다. 1명은 이미 퇴직했으며, 관리자 13명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지가 외부에 판매된 증거는 잡지 못했다.

감사관실이 밝힌 비리 유형은 △헌 인지를 뜯어 보관만 한 경우 △새 인지를 떼어내고 붙인 경우 △민원인에게 현금을 받고 헌 인지를 붙인 경우 등이다. 이와 함께 “비위 행위를 계속 조사 중이며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은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관련자 및 범죄금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법원 직원들과 인지 거래를 한 외부인들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감사관실이 밝혀낸 것은 헌 인지를 새 인지와 바꿔 붙인 경우, 돈을 받고 헌 인지를 붙인 경우 등 법원 창고에 보관 중인 서류를 확인한 수준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9억원 어치나 뜯어 3000여만원어치만 다시 사용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법원 감사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행정처가 기획감사를 마쳐놓고도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수사의뢰도 하지 않고 쉬쉬한 것이 문제다. 범죄 증거가 그 사이 인멸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들이 폐기 직전 서류에서 인지를 떼낸 만큼 실제 사라진 헌 인지가 수십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비리 직원의 계좌를 추적하면 돈의 흐름을 찾아내고 범죄규모와 관련자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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