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제동 사찰 지시

2012.04.01 21:21 입력 2012.04.04 16:36 수정

경향신문, 문건 입수… 2009년 민정수석실이 소셜테이너를 좌파로 몰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씨(사진)를 비롯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이 예상되자 내사를 중단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소셜테이너’를 ‘좌파 연예인’으로 몰아 불법사찰을 한 것이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다.

경향신문은 1일 경찰이 작성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2009년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한시적인 ‘연예인 기획사 관련 비리수사 전담팀’ 발족, ○○○는 민정수석실 요청으로 수사팀 파견”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 김제동 사찰 지시

보고서는 또 “2009년 9월 중순경 연예인 기획사 비리사건 수사 진행 중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단독 면담, 특정 연예인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 수사 하명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 진행”이라고 돼 있다.

민정수석실이 특정 연예인에 대한 내사를 지시한 뒤 경찰이 실제 내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내사를 지시한 ‘특정 연예인’이 누구인지는 경찰이 작성한 다른 문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은 ‘특정 연예인’들의 비리를 한 달간 조사한 뒤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

문건은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하여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면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가 계속될 경우 좌파 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2009년 10월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 관련 정보보고 문건의 일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2009년 10월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 관련 정보보고 문건의 일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다.

문건은 “그 즉시 수사 중단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민정수석실 비선 보고(별첨 보고서)”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지시로 김제동씨 등에 대한 내사를 벌였으나 ‘표적수사’ 여론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현 정부 들어 김제동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가수 윤도현씨 등이 방송계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번 문건으로 현 정부에서 이른바 소셜테이너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방송하차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장관,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주상용 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이다. 내사가 시작된 시점은 권 수석이 부임한 첫 달이기 때문에 권 수석의 청와대 첫 작품이 이른바 ‘좌파 연예인 대청소’였던 셈이다.

삭제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파일 중 ‘연예인’이라는 별도 폴더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총리실·경찰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좌파 연예인’을 사찰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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