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 소송’ 이건희 승소… 재판부 “권리행사 기한 지나”

2013.02.01 21:53 입력 2013.02.01 22:30 수정

“회복청구 기산점, 상속권 침해한 날부터”

“생명·전자 주식 상속재산 아니다” 기각

완패 이맹희씨 측 항소 가능성 높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1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82) 등 공동상속인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1) 및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17만7732주와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21만5054주 인도 청구는 각하했다. 삼성전자 주식 및 이익배당금 청구 등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해 8월 이건희 회장 측이 “1989년 공동상속인 전원이 작성하고 인감까지 찍었다”며 제출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의서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 주식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인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관한 내용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선고 전 “진실 여부와 1심 결과 및 최종 결과를 떠나서 원고와 피고가 모두 화합해서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가 상속 소송’ 이건희 승소… 재판부 “권리행사 기한 지나”

■ “원고 소송 제기 자격 없다”

재판부는 상속재산 분할에 대한 상속인들의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맹희씨 등 공동상속인들의 청구 대부분을 각하 또는 기각했다. 제척기간이 지나 소송을 걸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주식 50만주 가운데 원고들이 주장하는 상속분 17만7732주에 대해 “상속 회복청구의 10년 제척기간은 진정한 상속인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상속권의 침해가 있는 날’로부터 계산된다”고 밝혔다. 즉, 이건희 회장이 1988년 5월 삼성생명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속재산인 차명주식 50만주 중 42만주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 날을 상속권 침해 날로 판단, 10년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본 것이다.

이맹희씨 등은 그동안 2011년 6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라는 문건을 받아 서명날인해 줄 것을 요청받은 순간부터 침해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침해사실을 안 때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해 소송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가 상속 소송’ 이건희 승소… 재판부 “권리행사 기한 지나”

■ “삼성생명·전자 주식 상속재산 아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원고가 주장하는 68명의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상속재산이라 하더라도 이 주식과 2008년 피고(이건희 회장)가 보유하던 주식을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삼성그룹이 특검팀에 제출한 차명계좌 명의주주를 비롯한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의 형식상 주주 68명이 가지고 있던 주식이 모두 이건희 회장의 것이라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 68명의 개별적인 증권계좌별 주식보유 현황과 각 증권계좌의 차명 여부 등이 밝혀지지 않는 한 이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이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청구도 같은 이유를 들어 삼성생명 주식 21만5054주에 대해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 “항소심에서 뒤집힐 수 있나”

1심에서 완패했지만 이맹희씨 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맹희씨 측은 차명재산의 존재도 몰랐고, 2008년 말 실명전환 과정에서 상속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에 제척기간인 10년을 아직 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판결 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작성한 판결문은 총 114쪽에 달한다. 그만큼 사안마다 세부적으로 쟁점을 나눠, 법리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점을 들어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맹희씨 등 원고 측이 또다시 항소를 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다. 4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재산 소송에 든 인지대만 127억원인 것도 원고 측에는 부담이다. 항소심에서는 인지대가 1.5배 더 높아진다.

▲ 제척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다.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는 점에서는 소멸시효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와 달리 정지·중단이 없다.

각하 소송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형식이 적법하지 않아 신청 자체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각 소송에 필요한 요건은 갖췄지만 소송 당사자의 청구가 합당하지 않고, 이유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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