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삼성특검 뒤 차명재산 포기 요구하자 소송 제기

2013.02.01 21:53

삼성·CJ그룹 양측, 소송결과 무반응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82)가 약 1년 전 소송을 낼 때만 해도 다소 ‘느닷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약 보름 뒤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씨가 소송에 동참하고 이어 차남 이창희씨 유족까지 소송에 참여하면서 ‘삼성가(家) 상속의 난’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 직원이 CJ 이재현 회장의 집 앞을 배회했다며 CJ가 이 직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이 고조됐다.

■ 삼성특검으로 ‘상속의 난’ 촉발

이건희 회장은 소송이 시작되면서 “한 푼도 줄 수 없다. 이맹희씨는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소송액도 7000억원에서 4조원까지 늘면서 원고 측이 일부라도 승소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삼성가 상속유산 소송에서 이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송 대리인 윤재윤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 선고 뒤 법정을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맹희씨 측 소송 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가 유산소송 선고에서 패소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삼성가 상속유산 소송에서 이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송 대리인 윤재윤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 선고 뒤 법정을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맹희씨 측 소송 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가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가 유산소송 선고에서 패소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이맹희씨 등 공동상속인들이 수십년이 지나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이랬다. 이들 주식은 당초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2008년 삼성비자금 특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삼성은 2008년 말 차명주식 일부를 실명으로 전환했다. 국세청은 2011년 6월 이 주식이 다른 형제자매들의 동의를 받아 이건희 회장에게 간 것인지를 따졌다. 차명재산을 형제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다 이 회장에게 넘겨준 것이라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형제들에게 ‘이병철 회장의 유산은 상속 당시에 모든 재산 분할이 결정됐고 다른 상속인의 재산에 이의가 없다’는 내용에 동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차명재산에 대한 일종의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이맹희씨의 장남인 CJ 이재현 회장은 이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맹희씨는 지난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차명주식은 다른 형제들은 몰랐던 주식이기 때문에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맹희씨는 삼성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다. 8남매의 장남으로 일찍이 경영후계 수업을 받았으나,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밀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수십년간 외국을 떠돌았다. 이씨는 지금도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앙금 쉽게 안 풀릴 듯

삼성, CJ그룹 양측은 1일 소송 결과가 전해지자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집안 형제간 유산다툼일 뿐 기업 경영과는 처음부터 무관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CJ 측은 각하 또는 기각되면서 사실상 ‘완패’해 낙담한 기색이 뚜렷했으나 말을 삼가는 분위기였다. CJ그룹 임원은 “어디까지나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 집안 문제”라며 “그룹은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에서는 ‘이쯤 했으면 화합하는 게 순리지 않겠나’라는 기류가 강했다. 이건희 회장도 법률대리인인 윤지원 변호사를 통해 ‘경위야 어떻든 개인적인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쌓인 양측 간 반목이 당장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럴 경우 두 그룹의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6월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이미 갈등이 표출됐고, 삼성전자는 CJ GLS에 맡겨오던 동남아 물류 계약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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