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학생들 이틀째 증언 “‘사고 대처’ 잘못돼 참사… 교통사고 표현에 상처”

2014.07.29 22:09
안산 | 경태영 기자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건데 단순 교통사고로 표현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생존학생 증인신문 이틀째인 29일 학생들이 세월호를 단순 교통사고로 몰아가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날 공판에선 해경이 사고 당시 적극적인 구조 시도 없이 갑판에만 머물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 17명이 증언했다.

4층 B28 선실에 있었던 ㄱ양은 “선실에서 갑판까지 오르막인데 옆방에 있던 아저씨가 커튼을 뜯어서 만든 로프를 내려줘서 잡고 올라왔다”며 “갑판에 도착해보니 해경이 계단 옆 외벽에 서 있었다”고 증언했다. ㄱ양은 “해경이 위에서 다 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친구로부터 해경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올라오라’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ㄴ양은 “갑판에 있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말했다.

ㄷ양은 “이 사고 때문에 다른 분들이 욕도 하는데 그것 때문에 상처도 받았다. 누리꾼들이 댓글 다는 것에. 저희는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인데 단순 교통사고로 표현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방에서 나올 때 제 침대 건너편에 있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는 못 나왔다. 나중에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이 떠올라…”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ㄹ양은 “대기하다가 탈출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배 앞에 구명보트라도 있었다면 뛰어내렸을 텐데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여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도운 남학생은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해 “벌은 잘 모르지만,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에게 괜찮다고 말하지만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사고를 묻진 않지만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을 평생 끌고 갈까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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