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법의 도리, 고통 따르지만 오래도록 이롭다”

2017.03.13 22:40 입력 2017.03.14 09:45 수정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식

간소하게 치르려 가족 안 불러 30년 공직 마감…조용한 귀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법지위도전고이장리).”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탄핵심판의 재판장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5)이 13일 퇴임식에서 중국 고전 <한비자>의 한 소절을 소개하면서 “오늘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식에서 파면 선고 당시의 고뇌를 털어놨다. 그는 “헌재는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어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퇴임식은 8분 만에 끝났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7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이 권한대행은 2011년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역대 최연소이자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었다.

박한철 전 소장으로 대표되는 헌재 5기 재판부에 속한 이 권한대행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간통죄 헌법소원심판 사건 등을 심리했다. 진보당 해산과 간통죄 사건에서는 각각 인용, 합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1월31일 박 전 소장 퇴임으로 권한대행이 된 그는 지난 10일 탄핵심판 선고 날 심리 생각에 몰두하다 ‘헤어롤’을 빼지 못하고 출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탄핵 사건 심리로 퇴임 준비를 못한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퇴임식 직전에야 퇴임사를 썼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식을 간소하게 치르고 싶다며 가족도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퇴임식을 마친 뒤 헌법재판관 등 헌재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박수를 받으며 현관을 나온 이 권한대행은 ‘30년 공직생활 소회’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미소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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