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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인사권 거머쥔 양승태 대법원장 관여 드러날 땐 ‘파장’

2017.04.07 06:00 입력 2017.04.07 06:01 수정

대법원 ‘판사 블랙리스트’ 운용 의혹

법조계 “치밀한 점조직 형태로 법관 동향 관리해온 듯”

대법원장이 위촉한 조사위, 의혹 규명에 소극적 태도

대법원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진술로 확인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의 위촉을 받아 출범한 조사위원회가 의혹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6일 “조사위가 확보한 진술을 종합하면 대법원이 치밀한 점조직 형태로 법관동향 관리문건인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 발령난 ㄱ판사에게 블랙리스트 관리를 처음 지시한 사람은 이모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으로 ㄱ판사의 정식 지시라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했다”며 상부 지시가 있음을 드러냈다.

ㄱ판사에게 지시한 사람 외에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사람도 여럿 있다. ㄱ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과거 같은 재판부에 있던 선배인 김모 부장판사에게 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행정처 출신의 김 부장판사는 “내가 행정처에 얘기를 해서 그 일을 시키지 않기로 했으니 심의관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판사 블랙리스트’가 대법원에 있다는 소문은 행정처 출신들을 중심으로 이미 퍼져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판사들에 대한 평가 등을 기록한 자료가 있다는 얘기를 이미 들었다”며 “게시판에 올리는 글이나 판결 등을 반영해 법관 인사와 연수자 선발에 참고하지 않았겠냐”고 했다.

블랙리스트는 어떤 식으로든 인사에 반영됐을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나 형사부 판사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위해 성향을 파악했다가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명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오랫동안 형사재판에서 제외된 경우가 있었고 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출범한 시기와 양 대법원장의 취임 시기가 2011년으로 같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랙리스트 관리가 이 연구회가 커지는 것을 계기로 생겼다면 양 대법원장 시절부터 작성과 활용이 시작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법관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해 정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관에 대한 일반적인 인사평정이라면 법원장들이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관리도 행정처 인사심의관이 담당한다”며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기획조정실 소속 심의관이 관리한 것은 불법사찰”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모든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양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판사에 대한 부당한 지시가 있었고 이에 항의해 판사가 사표를 내자 이를 무마해 유례가 없는 인사취소를 했다”며 “양 대법원장이 전후 사정을 알고 비정상적 인사에 사인했는지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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