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기소

박근혜 정부 내내 ‘뒷짐’지던 검찰…정권 교체되자 수사 속도

2017.10.17 22:55 입력 2017.10.17 22:58 수정

“13초 고압 ‘직사살수’…백씨 쓰러진 뒤에도 17초 지속”

“경찰 지휘부, 위법행위 계속되는데도 살수 지시” 확인

서울중앙지검 이진동 부장검사가 17일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서울중앙지검 이진동 부장검사가 17일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살수차가 고 백남기 농민의 머리에 물대포 최대 제한 수압(3000rpm)에 근접한 2800rpm의 고압으로 13초가량 ‘직사살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씨가 넘어진 뒤에도 다시 17초가량 직사살수가 이어졌다. 백씨를 쓰러뜨린 살수차는 수압 제어장치가 고장 난 상태였다. 경찰 수뇌부는 위법 행위가 지속되는데도 계속적인 살수를 지시했다.

■ 경찰 지휘부 직사살수 지시

17일 검찰에 따르면 살수차를 조작한 한모 경장(38)과 최모 경장(28)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긴 채 백씨 머리 부위에 고압으로 직사살수했다. 백씨는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직사살수 시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아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 한·최 경장은 차벽에 가려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수차에 탑재된 폐쇄회로(CC)TV 모니터도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 물대포의 좌우 이동장치가 고장 났고, 수압을 제한 수압인 3000rpm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제어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검찰은 다만 당시 백씨에게 3000rpm 이상의 강한 물줄기가 발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59)과 신모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49)은 현장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살수요원들이 사건 발생 장소에 급히 지원 나온 상황에서 살수차와 사람 사이의 거리와 수압 조절, 시야 확보 등에 나서야 했다. 특히 살수차는 차벽 뒤에서 살수포에 설치된 카메라로만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지휘부 통제가 중요하다. 검찰 관계자는 “구 전 청장 등은 살수차가 집회 참가자들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음에도 계속 살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 정권교체되자 수사 속도전

이날 검찰은 백씨의 사망을 “국가 공권력의 남용에 의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내내 뒷짐 지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정권교체 이후 수사에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늑장 수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백씨의 유가족은 2015년 11월18일 경찰 지휘부와 살수차를 조작한 경찰관들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체 감찰을 중단했다. 지난해 9월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하더라도 수사가 이렇게 더디게 진행된다면 진상규명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로부터 3주 뒤 백씨가 317일간의 투병 끝에 사망에 이르기까지 검찰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백씨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54)는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대병원은 사망 9개월 만인 지난 6월15일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이튿날 이철성 경찰청장(59)은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씨 사망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백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찰이 유가족 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청구 인낙서’를 제출했다. 그제서야 검찰은 구 전 청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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