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위계·위력 동원돼야 범죄…성희롱은 민사 손배 대상

2018.02.28 21:45 입력 2018.03.01 00:46 수정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각종 성범죄의 정의와 처벌

성추행, 위계·위력 동원돼야 범죄…성희롱은 민사 손배 대상

사회 각계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물결이 거세다.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시작됐고 재판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행위가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 등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많이 쓰이는 성추행은 법률이나 판결에는 정의돼 있지 않다. 형법에서는 추행이라고 부르는데 독립적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다른 조건이 붙어야 범죄가 된다. 대표적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이 있다. 징역과 벌금이 규정된 중범죄다. 이 밖에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도 있다. 최근 논란이 인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사건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행위들은 업무상 위력 추행이나 강제추행에 해당한다.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위력인지 폭행·협박인지다. 업무상 위력 추행에 대해 대법원이 주목하는 부분은 사회적인 힘이 이용됐는지다. 물리적인 힘이 사용됐는지를 보는 강제추행과 다르다.

대법원은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는다”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하지는 않는다”고 2007년 판결에서 밝혔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성희롱은 법률적인 개념이다.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불법행위로 정하고 있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다. 불법행위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성희롱을 신고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된다.

성희롱 피해자는 민사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성희롱은 직장이 아닌 일상에서 벌어져도 불법행위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1998년 성희롱 손해배상 소송에서 “성희롱을 고용관계에 한정해 업무수행을 부당히 간섭하고 적대적 굴욕적 근무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채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폭력도 정식 법률용어다.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범죄처벌법에서 정했다. 이 특별법은 형법에 등장하는 모든 성 관련 범죄를 성폭력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대상과 범죄 유형에 따라 가중처벌토록 했다. 장애인, 친족, 13세 미만 등이 범죄 대상이면 가중처벌되고, 통신매체, 카메라 등을 이용한 경우를 범죄로 규정했다.

성폭행으로 불리는 범죄는 강간이 형법에 정해진 정식 용어다. 학계의 정의는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을 곤란하게 만들어 사람을 간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 강간도 인정되는 현실에서 혼외관계를 가리키는 간음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원은 강간의 성립을 성기의 삽입 여부로 판단한다.

물리적 성폭력을 넘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젠더폭력’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투 운동에 지지 의사를 표현하며 “젠더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박주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1년 내에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2013년 6월을 기준으로 이런 제한이 없어졌다”면서 “그 이후의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신고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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