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도 법원행정처 통해 재판 개입 시도 정황

2018.08.21 21:42 입력 2018.08.21 22:32 수정

재판서 ‘좌파 방송인 사법처리’ 등 다스 압수 문건 공개

“법원행정처에 미디어법 파업 관련 공판 속행 압박” 내용

‘좌파 판사 퇴출’ 등도 시도…검찰 “MB에 모두 보고돼”

이명박 정부도 법원행정처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담은 문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77) 재판에서 공개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을 놓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및 여러 부처 장관 등과 2차 회동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재판에서 검찰은 영포빌딩 지하 2층 다스 창고에서 압수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이 중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좌파 방송인 엄정한 사법처리로 편파 방송 근절’ 문건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미화씨 사법처리를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려 한 내용이 나온다. 문건은 “좌파 방송인 사법처리에 검찰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검경 수뇌부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며 “검찰에 김미화 사문서위조 혐의 직권 재수사, 법원행정처·서울남부지법에 미디어법 파업 관련 공판 속행을 압박한다”고 적었다. 당시는 박일환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사법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주요 국정 보고’ 문건에는 “법원행정처장 등 직간접적 통로를 통해 좌편향 세력들의 법원 수뇌부 흔들기 행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적극 대응을 주문한다” “좌파 판사들의 한직 배정 등 인사상 불이익 부과 및 퇴출 방안 지속 추진”이라는 내용도 나온다.‘법원 내 좌편향 실태 및 조치 고려 방안’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국정원 문건에는 “법원 이너서클 우리법연구회 상당수가 시국 문제를 맡아 좌파를 옹호하고 있다”며 “법·제도적 보완장치 필요, 여론 조성 등 다각적으로 압박 활동 전개”라고 적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좌파의 사법부 좌경화 추진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신임 대법관 선출과 관련해 후보를 조기에 선정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리법연구회 등 좌편향 판사들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검찰은 이 문서들이 모두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3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서울 삼청동의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사건 재판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협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공관으로 불러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키로 한 후 중간 점검 차원에서 2차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차 전 처장에 이어 그해 2월 새로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한 박 전 처장과의 상견례 및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 진행·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본다. 박 전 처장은 2013년 7월 서울고법이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황을 정리해 이 자리에서 공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 전 처장은 2012년 5월 대법원 1부 소속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놓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된 뒤 자신의 판결을 뒤집는 논의를 청와대와 한 것이다.

검찰은 임종헌 차장과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등 법원행정처 간부들과 외교부 인사들이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강제징용 사건의 구체적인 진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한 단서도 포착했다.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인과 청와대가 직접 협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2015년 12월 한·일 간 타결된 위안부 합의 전 강제징용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거나 결론 내릴 경우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행 계획은 2013년 9월 법원행정처에서 만든 문건의 구상대로였다. 대법원 재판부가 정부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면, 외교부가 ‘일본과의 분쟁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구상이다. 대법원은 실제 2016년 11월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자마자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즈음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원합의체 회부로 현실화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