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속 기로에 선 이 부회장…수감 땐 수사심의위도 ‘무의미’

2020.06.04 20:50 입력 2020.06.04 20:51 수정

검, 경영권 승계 불법행위 ‘정점’ 판단…삼바 분식회계도 포함

최지성 전 부회장·김종중 전 사장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영장

영장 기각 땐 수사심의위서 삼성 측 주장에 힘 실릴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후로 이뤄진 각종 불법행위의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일환으로 진행됐고, 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이 부회장이라고 본 점도 작용했다.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외부 전문가들이 자신의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과 외부감사법 위반(분식회계) 혐의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후로 사기적 부정거래와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삼성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불법행위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분식의 규모, 죄질,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맞바꾸는 것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도였다. 검찰은 삼성 측이 이런 ‘극단적인’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한다. 또 삼성이 회계법인 두 곳에 삼성 입맛에 맞는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만들도록 한 것으로 본다. 삼성이 2015년 5월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이후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저지하려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임의로 높이는 등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도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 삼성에피스를 함께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의 1조8000억원 상당의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인 2015년 말에는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회사 가치가 4조5000억원가량 뛰었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과 김 전 사장 측이 지난 2일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이라는 강수로 맞대응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삼성 측도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전에 이미 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29일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윤 총장도 지난 3일 승인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수사심의위의 논의 대상도 아니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오는 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수사심의위는 그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수사심의위에서도 이 부회장의 기소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수사심의위가 열린다면 혐의를 부인하는 이 부회장 주장에 힘이 실릴 수는 있다.

구속영장 청구는 기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의결하더라도 수사팀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의결 내용을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은 201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수사심의위를 거친 사건 8건 모두 의결 내용대로 처분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구성되는 부의심의위원회에서 먼저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칠지 결정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가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은 이번 영장 청구와 별개로 부의심의위 구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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