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범죄 중대성 있다”…삼성 “증거 인멸 가능성 희박”

2020.06.08 20:43 입력 2020.06.08 22:55 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안팎

<b>법정 나서는 이재용</b>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 나서는 이재용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삼성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8일 8시간30분 진행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8시간40분 받았던 영장심사 역대 최장 기록에 가깝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1년7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의 첫 심판대인 이번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구속 요건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범죄의 중대성, 재범 우려 등이 인정될 때로 구분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 사례가 이러한 이 모든 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및 시세 조정 등 범행을 ‘역대 최대 규모 금융 범죄’라고 규정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검 ‘8조 이득’ 문건 제출…삼성 “정책 맞춘 지배구조 개편”
“구속 사유 부족” “엄중 처벌 필요” 시민사회 엇갈린 반응
역대 두번째 장시간 심사…이 부회장, 구치소 ‘심야 대기’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이 부회장 지시 아래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행위를 벌인 점을 피력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2012년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며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문건과 이 부회장 반응을 토대로 수정 사항을 논의한 문건(경향신문 2020년 6월6일자 8면 보도) 등 물증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액을 8조원으로 추산한 내부 문건도 제출했다. 증거 인멸 우려도 언급됐을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 물증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 시 총수 지위를 이용한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삼성 측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 주장에 맞섰다. 삼성은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의혹에 대해 당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합병 목적에 대해선 ‘경영권 승계가 아닌 정부 정책에 맞춘 지배구조 개편’이란 점을 피력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점, ‘글로벌 기업’의 총수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오랜 수사로 모든 증거가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이용해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는 여러 입장이 나왔다. 강신업 변호사는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 하더라도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영장을 기각할 수 있는데 여기엔 법적 판단뿐만 아니라 정치적 판단도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은 독자적인 구속 사유로 보긴 어렵다. 1년반가량 불구속 수사하다가 현시점에 갑자기 구속할 만한 사유가 생겼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문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이사 한 명의 구속으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가설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없다”며 “(이 부회장의 혐의는) 개인의 탐욕에 기인한 것에 불과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적고, 반면 준법경영을 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또다시 외면함으로써 법 경시 시각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검찰 시민위원 15명이 참여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논의한다고 이날 밝혔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회부를 결정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관련 논의 자체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향후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가린 뒤 검찰에 향후 조치를 권고하게 된다.

삼성은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삼성 관계자는 “적게는 10조원대에서 많게는 100조원대까지 과감한 투자를 책임지고 진행하는 오너 경영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는 이렇게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경영 판단이 지체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검찰 수사가 과도한 것 아니냐’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대처할 주요한 리더를 잃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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