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족쇄 벗는 전교조…‘법률적 근거 없는 시행령으로 노동3권 제한 안 된다’ 확인

2020.09.03 21:33 입력 2020.09.03 22:35 수정

대법 “근로자 아닌 자 가입했다고 즉시 법외노조 되지는 않아”

“법외노조 통보, 폐지된 ‘노조 해산명령’ 근거 없이 되살린 것”

이기택·이동원 대법관 “행정관청이 통보 않으면 오히려 위법”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위법하다는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실현하는 노동조합을 정부가 법률의 분명한 근거 없이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러한 원칙은 소송의 당사자인 전교조뿐 아니라 모든 노조에 적용된다.

전교조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노동조합법이 아니라,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근거를 둔 게 적법한지였다. 노동조합법 2조4호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법외노조가 된다거나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 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부 측은 재판 과정에서 노조법 2조4호에 따라 해직 교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곧바로 노조로 보지 않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통보’는 발생한 법률적 효과를 알려주는 절차일 뿐이기 때문에 시행령에 근거를 둬도 적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했다고 그 즉시 법외노조가 되는 것은 아니고 ‘법외노조 통보’라는 별도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통보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법외노조가 됐을 때 노조가 받는 불이익과 관련이 있다. 법외노조는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대응할 수 없는 등 노동 3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교원 노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것은 단순히 법상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조로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노동 3권 중 단결권은 결사의 자유가 근로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국가에 의한 자유’가 아니라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보다 강조돼야 한다”면서 “법령의 집행과 해석에 있어서도 단결권의 본질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시행령이 위헌인지 따지면서 법외노조 통보가 제도화된 과정을 살펴봤다. 당초 노조법에는 행정관청이 노동위 의결을 얻어 위법사항이 발생한 노조를 해산시킬 수 있는 ‘노조 해산명령 제도’가 규정돼 있었다. 이 규정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87년 11월 폐지됐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인 1988년 4월 노조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두 제도는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낳았고, 게다가 법외노조 통보는 노동위 의결도 필요 없어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본래 법률에 규정돼 있던 것으로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시행령은 위헌·무효이고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도 위법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적법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노조법에 ‘노조는 근로자로 구성된 단체’라고 명시돼 있고, 이를 어긴 노조에 행정관청이 법외노조임을 통보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위법하다고 봤다. 두 대법관은 “법이 정한 요건은 지키지 않으면서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문명사회에서 존재한 바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다수의견은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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